[카앤라이프]세기의 결혼 빛낸 영국의 명차들

[카앤라이프]세기의 결혼 빛낸 영국의 명차들

 지난주 금요일(4월 29일),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열린 윌리엄 윈저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은 전 세계에서 20억명이 지켜봤다고 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세기의 결혼식에서 데이비드 베컴 부부나 엘턴 존, 로완 앳킨슨 등 유명인 하객들 못지않게 눈길을 끈 중 하나는 신랑 신부 및 왕실 가족들이 타고 등장한 자동차들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이 대표적이다. 이 차는 지구상에 단 2대만 존재하며, 순전히 영국 여왕이 사용하기 위해 설계되고 맞춤 제작됐다. 2002년 여왕의 즉위 50주년에 맞춰 첫 차량이 전달되었는데 기본 바탕은 벤틀리의 당시 최고급 차량이었던 아르나지다. 하지만 벤틀리에서 개인주문 맞춤 차량을 전담하는 뮬리너 부서가 참여해 차체 크기와 골격은 물론이고 실내외 디자인까지 모두 이 차 고유의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위해 특수 제작된 캐딜락 리무진이 철통 경호를 위해 기둥이 두텁고 유리면적은 좁은 것과 달리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은 대중들이 뒷좌석에 앉은 여왕이나 왕실 가족들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실내가 훤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을 택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뒷좌석 천장부분이 투명하게 되어 있고 뒤 유리도 머리 위의 투명한 지붕으로부터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된다. 높은 지붕은 모자를 쓰고 탑승할 때도 불편이 없도록 해주며 뒷좌석의 도어는 뒤편을 향해 열린다. 물론 방탄차량이고, 그 덕분에 무게는 4톤에 이른다. 엔진은 벤틀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6.75리터 400마력 V8. 비록 판매하는 차는 아니지만 대당 가격은 1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혼식에서는 여왕 부부와 윌리엄 왕자가 각기 한 대씩을 이용했다.

 윌리엄 왕자의 아버지인 찰스 왕자 부부는 이번 결혼식 차량 중 가장 고령이라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 팬텀 IV를 타고 등장했다. 영국 왕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여러 차량 중 한 대로 1950년에 여왕(당시 공주)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롤스로이스에서는 이와 바탕이 동일한 모델을 18대만 생산했는데 그 중 한대가 영국 왕실의 첫 롤스로이스가 되었다. 영국 왕실은 이전까지 주로 다임러 차량을 사용했으며 현재도 다임러의 DS420 리무진들을 소유하고 있어 이번 결혼식에도 모습을 비추었다.

 그런가 하면 신부 미들턴과 아버지가 식장까지 이동하는 데 사용한 차량은 1977년식 롤스로이스 팬텀VI 모델이다. 이 차는 여왕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것인데 높은 지붕과 천장까지 투명하게 이어지는 뒤 유리, 뒤로 열리는 도어 등이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의 제작에 참고가 되었을 법하다. 지난 해 연말에 찰스 왕자가 탑승하고 이동하던 중에 시위자의 공격으로 유리가 깨지고 도장도 손상됐지만 말끔히 수리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왕자 부부의 웨딩카로 사용된 오픈카는 애스톤마틴 DB6 MKII 볼란테 모델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1969년 찰스 왕자의 21세 생일 선물로 마련해줬던 차다. 38대만 제작되었고 4.0리터 325마력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했는데, 찰스 왕자는 포도에서 만들어진 알코올을 연료를 쓸 수 있도록 이 차를 개조했다.

 한편 왕실차량들을 일 대 일로 밀착 경호하는 레인지로버들도 눈길을 끌었다. 랜드로버의 최고급 모델이자 오프로드의 귀족으로 불리는 모델이다. 그런가 하면 신부의 가족들은 날렵한 최신 디자인의 재규어 XJ를 타고 등장해 고전적인 왕실 차량들과 좋은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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