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조대 LED수출 MOU...기업들 “실체가 뭐야”

광주시가 미국 CBS그룹에 LED  투광조명등 350만 세트를  수출하는 MOU를 지난달  체결했지만 기업들은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사진은 광주첨단산단에서 생산되는 LED투광등.
광주시가 미국 CBS그룹에 LED 투광조명등 350만 세트를 수출하는 MOU를 지난달 체결했지만 기업들은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사진은 광주첨단산단에서 생산되는 LED투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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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시가 최근 LED 단일 수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5조7000억원 상당의 수출 MOU(양해각서)를 교환했다고 공개한 내용의 실체에 대해 관련 기업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의 경우 실제 계약으로 성사되는 사례가 적은데다 제품단가 및 스펙,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마저 없어 자칫 ‘생색내기용’로 전락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업체들 소식 깜깜=광주시는 미국 CBS그룹에 LED 전광판용 투광조명등 350만세트를 3년간 수출하는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27일 체결했다. 월드비전라이트측과 CBS 소유 전광판 350만세트에 들어갈 LED 투광조명등 1050만개를 수출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광주광산업 전체 매출액 2조5천500억원의 2배 가까운 대형계약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실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광주첨단산단에 위치한 LED 투광기 제조기업 A사 LED담당 팀장은 “광주지역에는 30여곳의 LED 제조 기업들이 있는데 시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한 MOU 내용을 모르는 곳이 태반”이라며“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확인했는데 제품스펙이나 기준 등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광산업진흥회 소속 LED투광등 제조 회원사인 B사 관계자는 “미국시장 납품을 위해서는 UL인증 등 행정적 절차와 업체 간 컨소시엄이 사전에 논의돼야 하는데 깜깜 무소식”이라며“시에서 홍보나 치적을 위해 MOU를 많이 양산하고 있는데 현실성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시 MOU 실현될까(?)=LED 가로등 MOU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강운태 광주시장이 직접 말레이시아 말라카주를 방문해 우호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4억달러 규모의 지능형 LED 가로등 교체와 말라카당 경관조성사업에 광주지역 LED제품을 사용키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당시 강 시장은 루스탐 말라카주 수상과 만나 MOU를 교환했다.

 그러나 LED 가격의 40% 수준에 불과한 무전극등을 앞세운 중국의 파상공세에 광주시는 뒤통수를 맞고 나가 떨어졌다. 화교 출신들이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MOU 효력은 ‘유명무실’ 했다는 것이 당시 현장을 함께한 담당자의 전언이다.

 한편 광주시의회 박인화 교육의원이 최근 시정 질문을 통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체결된 MOU를 분석한 결과 실현률은 21%에 불과했다.

 ◇대규모 생산 여력도 안 돼= 실제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연 300만대에 달하는 투광등 물량을 납품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광주지역 30여곳의 투광등 제조기업의 연 평균 제조능력은 7만대 수준. 지역기업들이 투광등을 대규모로 생산한 경험이 없고 양산시스템도 부족한 상황임에도 기업과의 사전 소통은 원활치 못했다. 따라서 광주시가 MOU 체결과 홍보에만 행정력을 집중하기 보다는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 행정절차 지원 등 실제 계약 성사율을 높이는 방안에 초첨이 모이고 있다.

 LED전문기업인 C사 연구소장은 “납품계약이 확실하고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기업입장에서도 미래를 보며 투자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며 “이번 MOU건은 관주도적으로 진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 양효섭 광산업팀장은 “일부 기업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월드비전 측과 오랜기간 논의해서 MOU를 체결한 만큼 우려할 일은 없을 것” 이라며 “주무부서인 만큼 계약 성사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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