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주의 사회에서도 정부의 기능은 작지 않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국민과 기업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하고, 필요한 때는 시장에 개입해 공공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정부는 향후 국가 성장산업에 대한 예측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R&D) 중점분야를 선정한다. 시대 변화에 맞는 유망업종을 적시하고 이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정부 정책이라 표현한다. 국가 인력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해법을 찾아 해결방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정책이라는 범주에 포함된다.
반면, 환율이 너무 급변하니 정부나 한국은행이 시중 자금을 늘리거나 줄이는 일, 외환을 직접 풀거나 매입하는 것은 정책보다는 시장 개입이라고 표현한다. 정부가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에 기대기 보다 직접 시장에 참여해 일종의 조율자(Gate Keeper) 역할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최근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화두다. 대기업에서는 중소기업 고유업종 선정이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는 동반성장 대응을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국가 양극화를 줄이면서 사회통합을 이루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 정책의 범주에 있다는 주장이다.
아직까지 경제학적으로도 정부의 참여가 득이냐 실이냐,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없다. 결과가 좋으면 양질의 정책으로 불리고, 사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 개입이 잘못됐다는 평가가 뒤따를 뿐이다. 사실 정책이나 정부 개입 역시 구분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핵심은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목적 이외에 진행과정도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요구를 많이 듣고 이들이 원하는 바를 채워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대기업과도 충분한 교감을 통해 가능한 일과, 실제 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발굴하고 합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동반성장 관련 논의는 중소기업을 등에 얹은 정부와 대기업의 싸움처럼 비춰지고 있는 면이 있다.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세부안이 조기에, 또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