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발전소 주변의 방사선량이 원전에서 거리가 먼 지역과 비교해 결코 높지 않다는 역학조사가 나와 눈길을 끈다.
서울의대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는 지난 199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 20년 동안 원전주변과 기타 지역의 방사선량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전 주변지역과 원전에서 거리가 먼 기타지역의 공간 방사선량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원전이 위치한 영광 지역은 11.4밀리뢴트겐(mR), 서울은 12.7mR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충주의 경우 14.7mR으로 영광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mR은 시간당 방사선의 공간선량률을 나타내는 단위다.
연구소 측은 “이 정도의 수치는 자연방사선량 수준으로 인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라며 “주목할만한 점은 장기간에 걸친 조사에서 원전 주변이 결코 타 지역에 비해 방사선량이 높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같은 기간 동안 원전 4개 지역, 5㎞ 근거리 대조지역, 원거리 대조지역으로 구분된 주민 3만600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관련 암 발생 양상을 조사했다. 즉, 원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원전 주변지역으로 이동할수록 방사선 관련 암(위암·폐암·갑상선암·간암·유방암 등)의 발생이 증가하는지에 대한 조사다.
조사결과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조사대상 1만4486명 중 523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다. 원전으로부터 5㎞ 떨어진 지역에서는 1만1367명 중 429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다. 원전 주변지역에서는 1만23명 중 400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원전주변이라고 해서 방사선 관련 암의 발생빈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이명철 한국동위원소협회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방사선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하지만 방사선에 대한 지나친 우려와 오해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려 20년간 진행한 장기 연구결과에서도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이 높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