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이 화합물반도체를 이용한 레이더용 증폭기를 개발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드물게 이 회사의 기술력을 먼저 알아본 해외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개발을 진행, 국내 화합물 반도체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 대표 조덕수)는 X-밴드(8~12㎓) 20W SSPA(Solid State Power Amplifier)를 영국 선박용 레이더 제조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개발 완료했으며, 최근 일본 회사가 의뢰해 50W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SSPA란, 주파수 신호를 안테나를 통해 내보낼 수 있게 충분한 크기로 증폭하는 장치다.
RFHIC의 20W SSPA는 영국의 선박용 레이더 제조사인 레이마린(RAYMARINE)에서 초기개발비(NRE)를 받고 개발을 진행한 제품이다. 영국 레이마린은 이 20W SSPA를 15인치 저대역 해양 레이더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어 RFHIC는 이 회사와 18인치~24인치 중대역 레이더 등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일본의 선박레이다제조사인 후루노(FURUNO)와 계약해 50W SSPA 추가 개발에 들어갔다.
이들 앰프에는 RFHIC가 개발한 질화갈륨(GaN) 반도체가 들어갔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사용 전압이 높아 전류를 조금만 흘려도 고출력을 낼 수 있다. 다른 트랜지스터에 비해 파워 밀도가 높아 단위면적당 낼 수 있는 파워도 세며 소형화에 적합하다.
RFHIC가 이번에 개발한 SSPA는 X밴드용으로, X-밴드 주파수는 주로 정밀 추적, 고분해능의 레이더에 사용되는 대역이다. 관련 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와서 최근 지식경제부가 X밴드용 레이더와 그 핵심부품인 200W SSPA 개발을 위한 5년 과제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과제는 기상레이더에 사용해 지형이 복잡한 우리나라의 기상과 지리 상태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에서는 레이더용 SSPA 수요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는 진공관 형태의 파워앰프가 사용됐지만, 최근 새로운 레이더에는 SSPA가 사용되는 추세다. 반도체를 사용한 SSPA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레이더에는 종류별로 다르지만 한 대당 2만5000개의 SSPA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RFHIC는 GaN 반도체를 이용해 통신장비용 앰프를 개발해왔으며, 지난해에는 SK 텔레콤과 공동으로 개발해 해외에 선보인 바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화합물 반도체를 개발 중이며, 세계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미국에 연구소를 두고 이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RFHIC 측은 “고출력 X밴드 SSPA를 개발하면서 향후 선박이나 항공기레이더, 공항 정밀 접근 레이더(PAR), 소형기상레이더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하게 됐다”며 “올해부터는 통신·군사용 시장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해양 레이더와 같은 고품질을 요구하는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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