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예상됐던 피해가 일본 경제 각 분야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실적 악화와 대규모 도산이 일어났고 전자산업은 생산 차질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니혼게이자이가 544개 상장기업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일본 상장기업의 순이익 감소는 6분기 만에 처음이다. 이 신문은 대지진 이후 4월 말까지 발생한 상장 기업의 손실액을 약 1조엔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95년 발생한 한신대지진 피해금액 4000억엔을 두 배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대지진 피해는 2분기에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가 경제전문가 10명에게 경기 전망을 물은 결과, 2분기 실질 성장률은 마이너스 3.2%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반면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3.2%의 실질 성장률을 기록한다고 예측했다.
기업의 줄도산도 이어졌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발표한 대지진 관련 도산 동향 조사에 따르면 3월 11일 지진 발생 후 4월 말까지 약 1개월 반 동안 관련 도산 기업은 총 66곳이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발생 후 같은 기간 동안 22개 기업이 도산한 사실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한신 지진 발생 후 3년 간 394건의 도산을 조기에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자 업종도 대지진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공장이 피해를 입은 신에츠화학은 210억엔의 특별 손실을 기록했다. 후지쯔도 116억엔의 특별 손실을 발표했다. 히타치와 캐논도 영업 이익이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 전문 업체 르네사스의 이바라키 공장과 웨이퍼 업체 신에츠의 후쿠시마 공장 조업 중단이 계속되면서 일본 산업 전반이 생산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르네사스는 세계 MCU 시장의 30%를 공급한다. 그 중에서도 후쿠시마 공장은 르네사스의 주력 생산기지다. 일본 언론은 르네사스의 MCU 재고가 6월 말이면 바닥난다고 전망했다. 르네사스는 6월 중순부터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진 이전 수준으로 언제 회복될 지는 미지수다. 휴대폰·백색가전·엘리베이터 등 산업은 생산 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야마다 류지 NTT도코모 사장이 “시스템 LSI의 부족 때문에 올 여름 일부 신제품의 출시가 2주 정도 지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휴대폰 시스템 LSI 대부분을 르네사스에서 공급받는 샤프나 NEC·카시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백색가전 업체 중에는 미쓰비시가 MCU 부족으로 6월부터 냉장고의 일부 기종을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양판점에 일부 가전의 납품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엘레베이터 업계에서는 시장 2위 업체인 히타치가 건설업체와 납기 연기 협상에 들어갔다.
반도체의 기초 재료인 웨이퍼 공급 부족도 심각하다. 가동이 중단된 신에츠화학 후쿠시마 공장은 일본 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신에츠화학 측은 “생산량을 6월 말까지 지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며 “반도체 업계의 생산에 차질을 빚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