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4년 3DTV 판매량이 연간 1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3DTV 편리성은 크지 않다. 정작 중요한 3D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DTV 생산업체들이 기술 논쟁에 불을 지피면서 불필요한 소모전만 횡행한 탓도 크다. 이에 3D 산업 선순환 구도 정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3회에 걸쳐 마련했다.<편집자 주>
지난 2009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개봉한 3D 영화는 총 20여편이다. 2D를 포함한 전체 560여 편의 3%에 불과하다. 그러나 흥행수입은 11억4000만달러로 전체수익 106억1000만달러의 11%에 이른다. 제작 점유율의 4배에 육박한다. 3D 콘텐츠의 시장 창출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도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 맞춰 시작한 3D 방송 인기가 높아지자 일부 대학 풋볼 경기도 3D로 제작해 방송했다.
◇세계는 콘텐츠 ‘경쟁’ 우리만 기술 ‘논쟁’=세계적으로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핵심인 콘텐츠 제작 열기가 달아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 논쟁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여전히 셔터글래스·필름패턴편광(FPR) 방식으로 나뉘어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여론전을 끌어가다 보니 소비자에게 3DTV의 장점보다 단점만 부각시키는 ‘역효과’도 발생했다. 1·2위 TV 생산업체가 전혀 다른 기술의 3DTV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그러나 자칫 기술 논란에 휩싸여 정작 중요한 콘텐츠 시장에서 맥을 못 출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할리우드의 경우 3D 열풍을 촉발한 영화 ‘아바타’의 여세를 몰아 3D 콘텐츠 시장을 평정할 기세다. 드림웍스는 지난해부터 모든 애니메이션을 3D로 제작 중이고, 월트디즈니는 올 연말까지 총 22편의 3D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현재까지 3D 콘텐츠 중 성공한 사례는 물론이고 블록버스터급 3D 영화 제작 계획도 전무하다.
◇3D 방송, 3DTV 시장 성장 이끈다=3D 콘텐츠 시장 성장이 수출산업인 3DTV 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방송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3D 콘텐츠가 많아지면 내수 시장에서 3DTV 수요가 늘고, 이는 삼성전자·LG전자 등 3DTV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된다는 논리다. 특히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케이블 방송이나 공중파 방송의 3D 콘텐츠 송출이 TV 시장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승종 LG전자 컨버전스연구소 상무는 “아직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제품의 가격으로 봤을 때 3DTV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아니다”라며 “공중파 3D 방송 조기 송출이 3DTV 산업 육성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에서는 케이블 방송을 중심으로 3D 방송이 상용화되면서 3DTV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케이블비전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를, CBS가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3D로 제작·송출했다. 영국 위성 방송인 ‘BSkyB’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 등을 3D로 송출 중이다. 3D 콘텐츠의 경우 대부분 유료채널로 방송된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의 수익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아이서플라이는 “미국·영국에서 3D 콘텐츠 공급이 늘면서 3DTV 시장까지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스포츠·연애·영화 관련 3D 콘텐츠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안석현·김용주 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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