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국이 힘을 모으고 있는 ‘녹색성장(Green Growth)’ 분야에서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에너지 개발의 리더인 EU 국가들이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채택하고, 각 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과 기술협력 및 공동 투자를 진행, 아시아 신흥시장을 함께 개발한다면, 말 그대로 ‘녹색성장’의 열매를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유럽 3개국 순방에서 각 국을 돌며 ‘녹색 협력’을 상호 경제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다뤘다. 한-EU 간 FTA 체결로 관세 장벽이 없어지고 자유 무역의 장이 열린 만큼,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성장 분야인 녹색성장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9일(현지시각) 불프 독일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잇따라 가진 한-독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 신재생에너지 협력은 핵심 의제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 폐기 방침을 정한 독일로서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각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두 수장들에게 바이오에너지, 풍력, 태양열 등 청정에너지 분야 기술 교류와 투자 확대에 시급히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고, 그들로부터 확답을 받아냈다.
11~12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덴마크 국빈 방문은 녹색 협력이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 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 기간 동안 정상회담을 열어 ‘한-덴마크 녹색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한편, 양국 관계기관 간 기술협력과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할 예정이다. 기후변화와 환경보전의 이슈를 선도하고 있는 덴마크가 우리나라와 녹색기술 분야에 본격 협력하기로 함으로써 녹색성장이 세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주도한 최초의 국제기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코펜하겐 지사 오픈과 한-덴마크 녹색산업협의체 포럼은 녹색성장의 개념 확대에서부터 구체적인 기업 간 협력 모델까지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기후변화의 이슈를 선도하고 있는 덴마크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그리고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낸 대한민국이 힘을 합쳐 새로운 성과물을 전 세계에 내놓을 때가 왔다”면서 “FTA 발효 이후 한-EU 간 녹색성장 협력은 실행 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독일)=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