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주부들은 걱정이 앞선다. 시장에서 사온 생선을 냉장고에 넣어 두기도 전에 상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모른 채로 조리했다가는 가족 모두가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다. 다른 음식재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재료가 상했는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대형마트에서는 우려를 막기 위해 유통기한을 표기하지만 덥고 습한 날씨 앞에서는 이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재료 상태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일 뮌헨의 EMFT라는 연구기관이 최근 개발한 센서 필름은 이러한 우려를 덜기 위해 만들어졌다. EMTF는 독일 교육부의 후원 프로젝트를 통해 이 필름을 개발했다. 생선이나 육류에 이 필름을 부착하면 색깔로 선도를 알려준다. 청색이면 신선하다는 뜻이며, 황색이면 그렇지 않다는 표시다. 필름 색깔의 변화는 냄새 감지를 통해 가능해졌다. 육류가 부식되기 시작하면 공기 중에 불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필름은 이 냄새를 유발하는 분자를 감지하는 것이다. 냄새 유발 분자가 늘어날수록 필름의 색깔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EMFT 측은 “어느 정도의 농도 범위에 도달하면 (필름) 색상 변화가 명확해진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필름은 아직 맛의 변화까지 감지하지는 못한다. 생선이나 육류가 어떤 상태일 때 가장 맛이 좋고, 나쁜지 확인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이 필름은 선도 측정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연구소 측은 이 필름이 매우 저렴해 산업 전반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대형마트 등에서 포장육 판매 시 포장 내에 해당 필름을 함께 넣어 내부 재료의 상태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비용은 포장육 단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연구소는 현재 필름의 감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도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다. 또한 필름을 활용한 측정 모듈 등의 개발을 위해 필요한 파트너를 찾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