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자 인터넷에선 방사능 돌연변이 목격담이 사진과 함께 떠돌았다. 거대하고 흉측한 생물의 사진을 올려놓고 방사능 탓에 생긴 돌연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는 송아지만한 크기의 쥐를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몸길이가 4m가 넘는 이 ‘괴물쥐’는 등에 돌기가 돋았고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돌연변이 쥐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알고 보니 중국 광저우 미술대학원 학생이 졸업 전시회에 출품한 미술 작품이었다.
몇 년 전에 촬영된 거대 메기와 거대 지렁이 영상도 유튜브에서 눈길을 끌었다.
괴물 메기는 길이가 4m가 넘고, 거대 지렁이는 길이가 일반 지렁이의 10배, 두께가 어린아이 팔뚝만했다. 이것들은 러시아 체르노빌 인근에서 발견된 생명체였기에 또 방사능 돌연변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지렁이는 ‘메가스콜리데스 오스트랄리스(Megascolides australis)’라는 학명을 갖고 있는 호주의 거대 깁스랜드 지렁이일 것으로 추측됐다. 괴물 메기도 특정 지역에서 발견되는 거대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사실 인터넷에 나도는 괴물 관련 영상은 조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픽 합성 사진이나 모형을 가지고 괴물을 발견한 듯 주장하거나 우연히 발생한 자연현상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같은 종인데도 다른 개체보다 특별히 크기가 큰 생명체가 종종 발견된다. 유전적 특성이나 서식 환경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 몸집만한 개나 어린 아이만큼 큰 토끼 등도 적잖이 볼 수 있다. 사람도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거인증이나 소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돌연변이는 원래 종보다 다방면에서 능력이 떨어진다.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으로 힘이 강해지거나 지능이 높아지고 특수한 능력이 생기는 돌연변이가 나타나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 우리는 과도한 방사능 공포에 사로잡혀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미혹될 때가 아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공포에 떠는 대신 방사성 물질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고 피해 확산을 줄이는 데 힘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제공:한국과학창의재단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