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함께 넓은 자연과 시원한 바람을 만끽한 그 자체로 골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 받는 질문은 ‘그래서 몇 타 쳤어요?’라고 보면 스코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 90타 정도를 치면 가장 골프가 재미 있다고 한다. 이를 보기플레이어라고도 한다. 의외로 90타를 적기 어려운 주말골퍼들이 많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결코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매홀 보기를 하면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보기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330m 파4홀에서 가볍게 티샷을 했다. 세컨드샷 지점에 가보니 티샷거리가 좀 짧아 캐디는 그린까지 160m 정도 남았다고 한다. 롱아이언은 자신 없고, 5번 아이언으로 벙커를 피해 채를 던졌더니 그린 앞 20m에 떨어진다. 피칭웨지로 적당히 굴려 핀 옆 8m 정도에 공을 세웠고 두 번의 퍼팅으로 마무리했다. 보기다.
이 과정에서 100타를 치는 골퍼라면 과연 어디에서 자신의 타수가 늘어나는지 생각해야 한다. 통상 퍼팅 2번, 어프로치 1번의 숏게임에서 무너져서일까? 아니다. 세컨드샷이 주로 OB가 나서일까? 그것도 아니다.
문제는 티샷에 있다. 앞서 가정에서 티샷 거리는 170m 정도가 날아갔다. 이 정도의 거리라도 정확하게 페어웨이에만 떨어진다면 그 이후 보기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대부분의 백돌이는 티샷에서 OB가 3개 정도 난다. 계산해보면 6~9타 정도가 더해진다. 170m라도 페어웨이로만 정확히 날리면 보기는 문제없을뿐더러 운 좋으면 파도 잡을 수 있다. 다시 말해 170m를 치는데 반드시 드라이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드라이버는 긴 채인 만큼 다루기가 어렵다. 드라이버라고 해서 반드시 220m 이상 날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잡자. 티를 1㎝ 높이로 조정하고 어드레스에 들어가면 정말 편안한 티샷을 할 수 있다. 거리도 생각 밖으로 섭섭지 않게 나간다. 페어웨이가 넓은 곳이라면 드라이버를 잡아도 좋겠으나 파3홀을 제외한 모든 홀의 티샷을 드라이버로 한다는 고집을 버리자.
그러면 에어건으로 신발을 털 때 쯤, ‘90’이라는 숫자를 스코어카드에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