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시장에서 뛰는 국내 업체, 나는 대만 업체

 국내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대만 업체들이 더 빠른 속도로 급성장하면서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LCD, PCB, 수동부품 등 부품소재분야에서 대만을 압도해왔지만 터치스크린에서는 유독 힘을 못쓰고 있다.

 애플이 세계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면서 대만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인듐주석산화물(ITO) 글라스 시장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 TSP 업체들은 올해 생산 규모를 두 배 수준으로 늘려 고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12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대표 권상세)에 따르면 TPK, 윈텍 등 대만 터치 업체들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애플의 협력사인 TPK와 윈텍은 가파른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TPK는 올 1분기 매출은 253억2000만 대만달러(약 9444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2%나 큰 폭으로 성장했다. 윈텍도 212억3000만 대만달러(약 7919억원) 매출을 기록, 작년보다 18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업체들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신규 센서 및 모듈 라인 건설 △중소형 LCD 업체들의 라인 전환 △저항막 중심에서 정전용량 방식으로 전환 △일괄 생산을 위한 터치패널 영역 확장 △신규 고객사 발굴 및 프로모션 진행 등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 TPK, 윈텍, J터치, 영패스트, 자이언트플러스 등이 신규 TSP 라인 건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AUO, CMI, 한스타, CPT 등 패널 업체들도 기존 5세대 이하 라인을 TSP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나름대로 약진하고 있지만, 올 1분기 성장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삼성전자, 노키아 등이 채택하고 있는 ITO필름 관련 시장 확대가 주춤한 탓이다. 지난해 국내 1위 터치 업체인 멜파스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6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들의 신제품 출시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시노펙스도 전년 대비 40% 가량 성장한 663억원을 기록했고, 이엘케이는 전년보다 55.3% 증가한 62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사이 터치 업체들이 8배 가량 커진 것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주춤해진 셈이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부터 강화유리 및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 물량을 확대해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두 업체인 멜파스와 시노펙스 등이 관련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오선동 디스플레이뱅크 책임연구원은 “대만의 터치스크린패널 업체들이 라인 확장에 나서고 있고, 고객사의 주문도 확대되고 있어 매출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신규 라인의 수율을 끌어올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만 업체들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터치스크린패널 시장은 104억2000만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76% 성장할 전망이다.

  양종석·이형수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