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2)가 성폭력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차기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으로 출발하는 에어프랑스 항공기 기내에서 뉴욕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뉴욕경찰에 따르면 그는 14일 오후 1시께 뉴욕 타임스스퀘어 인근 소피텔 28층 방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중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온 32세 여성을 성적으로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폴 J 브라운 뉴욕주 경찰 부국장은 "호텔 종업원이 침실에 청소하러 들어갔을 때 스트로스칸 총재가 욕실에서 완전히 벌거벗은 몸으로 나와 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곧바로 다른 직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 직원이 911에 신고해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당황한 스트로스칸 총재는 자신의 휴대폰과 일부 개인 물품을 그대로 둔 채 방을 빠져나왔고 파리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항공기 일등석에 탑승했다. 뉴욕 경찰은 이 항공기가 출발하기 수분 전 스트로스칸 총재의 탑승을 확인하고 그를 비행기에서 끌어내린 뒤 체포했다.
뉴욕 경찰은 이날 스트로스칸 총재를 기소하면서 ‘형사적으로 처벌되는 성행위’와 성폭행 미수, 불법 감금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그에 대해 외교관 면책 특권은 적용되지 않으며 첫 재판은 15일 뉴욕주법원에서 열렸다. 뉴욕주 법에 따르면 경찰이 적용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4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스트로스칸 총재의 변호인은 로이터에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MF와 미국주재 프랑스대사관 등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스트로스칸 총재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전후의 지지율을 보이며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세계 경제 안정화에 기여했으며 지난해에는 그리스 아일랜드 등 유로존 위기에도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평가가 프랑스 정치에도 영향을 미쳐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배경이 됐다.
이에 프랑스 사회당은 그가 결심한다면 당내 경선 없이 대선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파격 제안까지 했다. 그러나 다음달 28일부터 사회당 대통령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성폭력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그의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5월 말 대선 출마 선언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가 고가의 주택과 미술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샴페인 좌파`라는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어서 지지도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마르틴 오브리 대표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표 등 그동안 스트로스칸 총재에게 뒤졌던 다른 사회당 대선 주자들이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매일경제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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