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바꾼 일본의 소비 경향 `신(新) 실용주의`

 대지진이 일본 국민의 소비 심리를 바꿔놓았다. 본래 외형보다 내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인들이지만 대지진을 겪으면서 더욱 실용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신(新) 실용주의’라고 정의했다.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최근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뚜렷한 일본에서는 신 실용주의에 사회적 절전 노력이 겹치면서 선풍기 매출이 5배 이상 급증했다. 전자 양판점에서는 유지비가 적게 드는 절전형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반면 여름철 특수기에 들어간 에어컨 매출은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자동차 역시 지진 피해로 공급 감소까지 겹치면서 두 자릿수의 판매 감소율을 보였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지진 피해로 인한 교체 수요가 가전을 중심으로 기대된다”라며 “소비 심리를 정확히 읽는다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가 제품의 판매 부진 현상은 명품이나 보석류에서도 뚜렷하다. 고급 매장을 상징하는 미츠코시 백화점 본점의 4월 명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나 떨어졌다. 단일 점포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오사카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4월 보석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 하락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던 소셜커머스가 지진 이후에 인기 상한가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접 눈으로 물건을 보고 꼼꼼히 살피는’ 일본 소비자들도 파격적 가격 할인이라는 장점에 구매 패턴을 바꾼 셈이다. 222개 일본 소셜머커스 업체의 4월 매출 합계는 31억엔이다. 이는 3월에 비해 무려 370%나 늘어난 금액이다.

 니혼게이자이가 발표하는 소비 통계 ‘닛케이 소비 DI’를 보면 일본 국민의 소비 의향 지수는 4월 마이너스 66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조사에 비해 50포인트나 악화됐다. 일본 정부는 “전반적인 물가 인상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되는 추세에 대지진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