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국제 과학기술프로젝트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대전 대덕으로 결정된 데 대해 과기계의 반응은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하지만 과기계는 이번 결정을 수용하고 과학벨트를 국가 과학기술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과기계는 대전을 기초과학진흥의 핵심 지역으로 과학벨트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대덕에 집중배치함으로써, 향후 연구시너지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다.
김명수 대덕특구기관장협의회장은 “대덕은 대전에 국한된 개념이 아닌 대한민국 연구단지의 출발점”이라며 “기초과학연구소와 중이온가속기 유치로 기초연구에서 시스템까지 갖춘 상호 융합연구, 협력연구가 가능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금동화 공학한림원 부회장도 “기초과학 분야에서 뒤떨어진 우리는 빠른 속도로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하는데 대전은 기초과학의 핵심인 인프라와 인력이 이미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과기계는 어느 지역이던 간에 빨리 입지를 결정해줄 것은 정부에 요구해왔고 그동안의 논란을 빨린 끝낸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며 “대전은 인프라 측면에서 볼 때 결코 나쁘지 않은 곳”이라고 풀이했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센터장은 “거점지구가 연구 인프라가 뛰어난 대전으로 결정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특히 대덕은 오랜 기간 계획적으로 건설된 지역이기 때문에 삶의 질도 괜찮고 인천공항과도 거리가 멀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성철 DGIST 총장은 “50개 연구단 중 10개의 연구단을 유치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앞으로 포스텍과 울산과기대와 연계해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핵심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과학벨트 입지선정 과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투자에는 찬성하지만 입지 선정과정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을 중흥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에는 이의가 없지만 입지를 결정하는 과정만 놓고 볼 때 후진국 수준”이라며 “공약을 지키기 못하고 나중에 지자체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은 “전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설치되는 연구단이 영호남에 집중되고 수도권을 배제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수도권이 과밀화 된 것은 사실이지만 수도권의 경쟁력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도영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국가과학발전의 100년 대계인 과학벨트 입지를 객관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채 결정한다면 이는 광주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지역으로부터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며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에 의한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대학 연구소에서는 순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저조한 만큼 과학벨트를 시작으로 어떤 기초과학을 연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이상목 총장은 “우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입지를 비롯한 하드웨어 부분에 치중해 왔다”며 “이제는 과학벨트를 구축한 뒤 어떤 분야에, 누가,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동화 부회장도 “기초과학을 제대로 해보자는 대의가 과학벨트의 핵심”이라며 “이제는 정치적 의도보다는 기초과학 본연의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숙 센터장은 과학벨트에 우수 여성과학자들의 인력을 대거 수용, 국내 기초과학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