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는 가격으로 대중적인 사용을 목표로 만들어진 보급형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는 프리미엄폰 기세에 눌려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S2, 아이폰4 등 고급 스마트폰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단말 업체들이 아예 보급폰을 해외에서만 출시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다.
16일 이동통신업계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갤럭시 에이스, 갤럭시 지오, 갤럭시 네오, 미라크A 등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됐으나 판매량이 갤럭시S2 등 고급폰의 10%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 출시한 삼성전자 보급형 갤럭시 시리즈 ‘갤럭시 에이스’와 ‘갤럭시 네오’는 하루 평균 판매량이 1500~2000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 달 출시된 프리미엄폰 ‘갤럭시S2’가 SKT·KT 등 통신사마다 하루 2만~3만대가량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누적판매량에서도 ‘갤럭시S2’가 출시 20여일 만에 SKT에서 25만대, KT에서 15만대가량이 판매됐다. 반면에 이보다 한 달 가량 일찍 출시된 ‘갤럭시 네오’는 겨우 판매량이 6만여대에 그치고 있다.
보급폰은 대부분 월 4만5000원이나 3만5000원의 약정요금제에 가입하면 단말기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KT 관계자는 “보급폰은 약정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많게는 20만~30만원 이상의 기기 값을 내야 하는 프리미엄폰보다 저렴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정반대”라고 말했다.
SKT도 현재 ‘갤럭시S2’ 예약구매자 45만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20만명이 제품을 받지 못할 정도로 프리미엄폰 구매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프리미엄폰 위주의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유독 국내에서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갤럭시 에이스’ ‘웨이브525’ 등 중저가 보급폰의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16%가량 늘어났다. LG전자의 보급폰 ‘옵티머스원’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2배 이상 더 많이 팔려 누적 판매량 600만대를 넘어섰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 최대 수요국인 미국만 하더라도 평균판매가 300달러대 HTC 중저가 스마트폰이 아이폰이나 갤럭시S만큼 많이 팔린다”며 “유독 국내시장에 프리미엄폰 수요가 강한 것은 워낙 IT기기에 민감한 얼리어덥터층이 두터운데다 스마트폰이 자신을 드러내는 패션 상품화되는 소비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독자 운용체계(OS) ‘바다’가 장착된 중저가 ‘바다폰’의 경우 기본적으로 해외 중심으로 출시하는 방안을 수립 중이다.
팬택·KT테크 등 주요 단말 업체들도 이달 중 ‘갤럭시S2’를 능가하는 고사양폰으로 프리미엄폰 시장 경쟁에 가세, 고급폰 위주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판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프리미엄폰` 기세 눌려 해외서만 출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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