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시장에 좁은 ‘베젤(디스플레이 테두리)’ 시대가 도래 하면서 국내 터치 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터치 업체들이 좁은 베젤 구현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이 기술에서 앞선 대만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적절한 대비책을 찾지 못할 경우 대만과 국내 기업 간의 격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대형 터치스크린기업인 윈텍, TPK 등이 국내 터치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그동안 애플 및 HTC 등에만 주로 터치스크린패널(TSP)를 공급해왔지만, 최근 국내 터치 업체들의 텃밭이었던 LG전자·모토로라 등과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와 모토로라가 대만기업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이유는 테두리를 좁게 하는 내로베젤 기술에서 대만기업이 앞서있기 때문이다. 내로베젤 LCD는 가격은 비싸지만 휴대폰 화면을 최대한 넓게 쓸 수 있는데다가 디자인도 깔끔해 고가형 스마트폰에 채택이 확대되는 추세다.
내로베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포토공정을 적용한 ITO글라스 기술이 필요하다. 대만기업들은 이 기술을 적용해 베젤의 회로 선폭을 20×20㎛로 줄였으나 국내 기업들은 기존 인쇄방식의 ITO필름타입을 고수, 회로선폭이 대만 제품에 비해 2배 이상 넓다.
그러다보니 국내 기업의 터치 제품을 써왔던 휴대폰 기업들은 대만 터치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모토로라의 스마트패드 모델인 ‘줌(Xoom)’에는 윈텍의 인듐주석산화물(ITO) 글라스 터치가 적용됐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옵티머스2X에도 ITO글라스 터치가 채택된데 이어 후속모델에도 ITO글라스 터치가 적용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ITO필름 소재의 터치를 적용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토 에칭으로는 회로를 1㎛ 단위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좁은 베젤 부문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가 터치 시장을 대만 업체에 완전히 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국내 터치업체들이 좁은 베젤 구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소재의 특성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필름 소재를 사용하고 대만 업체들은 유리 소재를 사용하는데, 유리 소재가 좁은 베젤 구현에 유리하다. 유리는 필름에 비해 고온 증착에도 변형이 적기 때문이다.
초기 터치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와 대만 업체 모두 실버 페이스트 인쇄 공정을 사용했다. 베젤이 중요한 기술적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트 업체들이 좁은 베젤 기술을 요구하면서 대만 업체들은 포토 에칭 공정을 활용해 20㎛ 이하의 미세 공정을 구현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30㎛ 수준 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30㎛ 수준의 회로도 LG이노텍 등 일부 업체들만 가능한 기술이다.
회로 부문에서 국내 업체와 대만 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TPK·윈텍 등 대만 업체들은 현재 20㎛ 회로 제품을 양산할 수 있고, 5㎛ 수준의 제품까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도 기존 실버 페이스트를 벗어나 몰리브덴 알루미늄 등 메탈계 화합물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터치 업체들은 좁은 회로 구현을 위해 기존 ITO필름의 원소재인 PET를 대체하거나, 일체형 터치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소 1~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시장 잠식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