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산업에 민간자금 유입을 위해 1500억원 규모로 준비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펀드’ 도입 정책이 사실상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으로 전락할 것이 예고되고 있다. 대출금리가 4.55%로 잠정 확정된 ESCO 펀드 자금에 대해 ESCO들이 대부분 “사업성이 없어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ESCO업계에서는 적어도 ESCO 펀드의 금리가 3.5% 수준은 돼야 2.75%인 정책자금과의 차이를 감내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17일 지식경제부와 ESCO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ESCO 정책자금 3900억원을 대기업용(900억원)과 중소기업용(3000억원)으로 구분해 편성하고 동시에 1500억원의 민간펀드자금을 대기업 ESCO자금으로 추가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대기업용 정책자금 900억원이 동나자 ESCO펀드를 구성해 민간자금 유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6%가 넘는 민간자금은 2.75%인 정책자금과 차이가 너무 크다고 판단한 정부는 올해 약 15억원의 이자 차액을 정부가 부담해 펀드 대출 금리를 4.55%까지 낮추기로 결정했다.
도경환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ESCO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자금 유입이 활발해져야 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시중 이자율보다 2% 낮추는 등 정부에서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SCO업계에서는 “정부가 ESCO펀드의 금리를 낮춰 ESCO사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문제는 ESCO 사업의 주체인 에너지사용자들이 4.55%의 자금으로는 ESCO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이구동성 말하고 있다.
ESCO사업이 적어도 6개월에서 2년까지의 영업활동을 통해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당초 정책자금인 2.75%의 금리로 ESCO사업을 제안 받았던 에너지사용자가 대출이자율이 높아져 투자비 회수기간이 연장되는 상황을 납득할리가 없다.
일부 ESCO사업 추진을 진행하던 대기업 에너지사용자 측에서는 “ESCO사업을 ESCO펀드 자금을 투입해 진행하려면 정책자금과의 이자차액인 1.8%를 ESCO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책금리와의 이자차액을 부담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ESCO들은 최근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시행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는 대기업 ESCO사업에 대해 ‘침만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는 있으나 사업을 추진할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대기업 사업을 진행하는 한 ESCO 관계자는 “ESCO펀드 자금이 4.55%로 결정돼 5월이지만 사실상 올해 ESCO사업은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ESCO사업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에너지절약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목표관리제 대상 사업장의 시공을 수주하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ESCO 관계자는 “ESCO펀드자금에 대한 금리 등 결정이 너무 늦게 돼, 불과 6개월 만에 4.55%의 금리를 가지고 새로 영업활동을 진행해 사업을 하기에 너무 촉박하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이 다소 늦은 것도 아쉽다”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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