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사업자같은 소상인들은 정부의 작은 정책 하나에 목숨이 왔다갔다 합니다. 울부짖지 않으면 누구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머리를 한 최승재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은 입법기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달 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설정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미로 삭발했다. 이 법안은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최 이사장은 “유독 PC방 관련 법안들은 인정사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2008년 등록제 이후 자비로 설치한 흡연 차단막을 또 다시 돈을 들여 철거해야 한다”며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처리를 하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PC방 업계에서 가장 강한 톤으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1인 시위를 비롯해 삭발 등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는 “어디에서도 PC방 업주의 목소리를 들어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음식점의 경우는 금연구역 설정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등 지원방안이 있습니다. PC방 업주들은 정부정책에 따라 차단막도 자비로 설치했는데 이제 와서 또 비용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하라고 하니 우리만 당하는 느낌입니다.”
최 이사장은 금연정책 등 정부기조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합리적이지 않고 사업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없는, 일방적인 정책추진은 반대한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규제정책에 일리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뿌리가 뽑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안 되면 갈아엎어 정신’으로 나온다. 국회의원들 찾아가면 표 먹고 사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더라”라며 “이렇게 만드는 정책이 어떤 효과가 있겠으며 부작용은 얼마나 심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측에 따르면 PC방을 통한 청소년들의 간접흡연 피해는 심각하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업소가 차단막 등을 통해 흡연석을 분리했고, 심야 출입제한 등으로 청소년층의 PC방 출입이 이미 줄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셧다운제 등에서 볼수 있듯이 게임에 대한 몰이해와 낮은 인식이 관련 산업에 계속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어떤 산업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늘이 함께 있는데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며 억누르는 정책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 이사장은 게임이 사전심의·청소년 심야 PC방출입금지·셧다운제로 이어지는 3중 규제를 받는 등 과도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는 게임은 유해매체, 게이머는 불량청소년, PC방은 탈선의 온상처럼 몰아 세웁니다. 만화산업이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몰락했던 사례를 봐도 이런 식의 대접은 곤란합니다. 산업이 망가진 다음은 누가 책임을 질 건가요.”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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