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르노삼성자동차 곽동호 이사](https://img.etnews.com/photonews/1105/133651_20110520142308_889_0001.jpg)
르노삼성자동차의 곽동호 이사는 르노그룹 역사상 첫 한국인 최고정보책임자(CIO)다. 1995년 삼성자동차에 입사해 생산관리 시스템 구축에 가담한 지 15년 만인 2009년 르노삼성자동차의 정보운영기술부문 IT 수장으로 임명됐다.
2001년부터 첫 프랑스인 CIO가 온 이후 줄곧 해외파 책임자가 이끌어 온 IT 조직을 2009년부터 곽 이사가 맡아 이끌어 왔다. 이에 르노그룹의 글로벌 통합 정책에 맞춘 ‘표준화’, 그리고 한국의 IT 강점을 살린 ‘차별화’의 묘미를 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곽 이사는 “르노삼성자동차의 IT전략에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것은 르노그룹 플랫폼으로의 ‘통합과 집중화’”라면서도 “이 가운데에서도 한국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개발한 일부 시스템의 경우 오히려 해외에서 보고 ‘감탄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자부했다.
르노그룹의 IT전략은 기본적으로 표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단 한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만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 정책을 허용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CIO 직을 부여받은 곽 이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현재 르노그룹의 IT조직은 크게 서유럽·동유럽·유라시아·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 등 5개 지역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과 브라질만 지역적 특화된 정책을 허용하고 있다.
◇르노그룹의 글로벌 IT 표준화 ‘속도’=르노그룹은 최근 2~3년간 전 세계 법인의 개발, 생산, 영업, 판매 등 다방면에 걸쳐 그룹 차원 IT 표준화를 강력히 추진해왔다.
이에 맞춰 곽 이사가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그룹의 글로벌 통합 정책에 맞춰 르노삼성자동차의 IT전략을 새로이 짜는 일이다. 생산 시스템 등에 남아있던 닛산의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르노 체계로 일원화, 지난해 생산 자재명세서(BOM) 시스템을 르노의 체계로 바꾸면서 개발-생산-판매에 걸친 표준화를 완료했다.
곽 이사는 “엔지니어링 부문이 가장 먼저 르노 플랫폼으로 표준화된 이후 제조와 물류 부문의 통합 작업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부 인사, 세금, 영업 등 각 지역의 특수한 환경을 반영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룹 표준에 맞추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르노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 제품데이터관리(New PDM)’ 프로젝트에 맞춰 내년까지 르노삼성자동차도 통합 작업도 완료할 계획이다. 다쏘의 PDM 제품을 기반으로 전 세계 캐드(CAD) 등 시스템을 표준화 및 통합하는 대단위 작업이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기차용 글로벌 시스템 및 프로세스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곽 이사는 “2012년 한국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연내 전기차를 위한 시스템 환경을 갖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표준화된 전기차 개발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엔진 대신에 전기차용 배터리와 모터가 탑재되는 등 부품이 변경됨은 물론 달라지는 생산·조립과정에 맞춰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자동차 수출을 본격화하면서 원산지 관리 부품에 대한 원산지 관리시스템도 준비를 준비하고 있다. 부품의 원산지를 관리하면서 관세 혜택도 보기 위함이다.
◇모바일 오피스 등 ‘한국의 IT’ 세계화 추진=올해 르노삼성자동차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장 ‘한국형’ 모바일 업무의 확산이다.
이미 모바일 영업자동화(SFA) 시스템을 개발해 올 1월부터 1800명의 영업사원들이 스마트폰및 태블릿PC로 발주를 내고 있다. 이어 현재 삼성SDS와 추진하고 있는 컨설팅이 완료되면 다양한 핵심 업무를 모바일 기기로 할 수 있는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모바일로 문서도 열어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르노그룹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된 것은 ‘고객을 찾아가며 대화하는’ 한국적 자동차 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프상스의 경우에는 판매숍 내에서 대부분 영업이 이뤄진다. 이에 르노삼성자동차의 모바일 오피스는 결과적으로 르노그룹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진행되는 모바일 업무 환경 조성 시도가 됐다.
이에 곽 이사는 이 시스템의 개발에 ‘가장 한국 IT의 세계화’라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곽 이사는 “IT강국으로서 강점을 바탕으로 모바일 업무 효율화에 앞장, 향후 우리가 개발하는 시스템을 패키지화 해 르노그룹에 적극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뉴세일즈 딜러관리시스템(DMS) 등 최근 추진하고 있는 통합 영업용 시스템 환경을 아이패드 등 각종 모바일 기기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패키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해외로 전파하고 글로벌 패키지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곽 이사는 “르노에서 한국으로 나와 있는 주재원들이 우리가 개발하는 품질, 속도, 가격 경쟁력을 보고 정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 법인에서 방문해 르노삼성자동차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고 자부했다.
르노그룹의 IT 프로젝트를 ‘경쟁 입찰’ 체제로 수행하도록 하면 국내 IT 인력들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다. 곽 이사는 “르노삼성자동차를 포함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시스템 개발에 관여하는 많은 베테랑 인력들이 있다”며 “이 인력들이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하면 못할 게 없다”는 것이 곽 이사의 기본적 생각이다.
한국의 ‘현장형’ 경영방식도 IT전략에 접목하고 있다. 곽 이사는 “르노를 비롯한 많은 서구 회사들이 현장 종업원, 영업사원들에게 포털 메일 계정을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현장 인력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동호 이사는.
동아대학교 전자공학 학사를 이수한 이후 1987년 삼성항공에 입사했다. 1991년 삼성전자를 거쳐 1995년 삼성자동차의 생산관리 부문을 거쳐 2002년 르노삼성자동차의 정보전략 기획 매니저를 역임. 2008년 르노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글로벌 감각을 익힌 곽 이사는 2009년 7월부터 르노삼성자동차의 최고정보책임자(CIO)로 근무해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