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고부가가치 합성수지 등 소재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운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케미컬ㆍ전자재료 부문에 총 5570억원을 쏟아붓는다.
황백 제일모직 사장은 지난 17일 중국 광저우에서 개막한 플라스틱 전시회인 `차이나플라스(ChinaPlas)`에서 "2013년까지 중국시장에서 소재 매출 7억달러를 달성하겠다"며 "세계 최대 소재시장인 중국에서 차별화한 색상과 앞선 기술, 고부가 제품을 바탕으로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먼저 해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으로 날아간 황 사장의 이날 발언은 케미컬과 전자재료 부문을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그룹 안에서도 소재사업 강화는 화두가 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 내부에서도 LG에는 LG화학 같은 글로벌 소재기업이 있는데 왜 우리는 이런 소재기업이 없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삼성이 제일모직을 글로벌 소재전문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은 패션기업에서 케미컬ㆍ소재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이 예상된다. 방향은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톱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일모직은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나섰다. 내년부터 3년간 케미컬부문 수지사업에 295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전자재료 쪽에서는 같은 기간 반도체소재 520억원, 디스플레이소재 570억원, 신규 아이템 1080억원, 기타 부문에 450억원을 각각 투자해 신제품 개발에 나선다.
또한 여수공장 증설에 1600억원을 투자해 내년 8월까지 폴리카보네이트 연 16만t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자동차 부품 제조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다.
제일모직은 세계 최대 소재시장인 중국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2006년 중국 화학사업 강화를 위해 상하이 판매법인을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는 톈진에 연산 1만t 규모 ABS 합성수지와 6000t 규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 공장을 준공해 현지 완결형 생산영업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차이나플라스`에 참가해서는 자동차와 TV, 휴대폰용 신소재를 선보였다. 3D 컬러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제품에 응용할 수 있도록 만든 `3D 컬러 갤럭시 시스템`과 자동차 엔진룸, 도어사이드, 선루프 등에 들어가는 소재도 내놓았다.
제일모직의 주력 사업부문 변신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케미컬ㆍ전자재료 부문에서 1조47억원의 매출을 올려 3948억원을 기록한 패션 및 기타 부문 매출보다 3배 가까운 실적을 보였다. 올해 6조1000억원 매출(추정치) 중에서 케미컬은 2조3000억원, 전자재료는 2조2600억원으로 각각 전체 매출 비중의 37.7%와 37.1%를 차지할 전망이다.
패션의 매출 비중은 갈수록 줄어드는 데 비해 전자재료 분야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전자재료 매출은 328억원으로 전체 2%에 머물렀지만 연구개발(R&D) 투자와 전문기업 인수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2007년 에이스디지텍을 인수해 편광필름사업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패션 부문 매출이 10년 가까이 1조원대에서 정체된 반면 전자재료는 비약적 발전을 이룬 것이다.
케미컬도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면서 회사의 대표선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이 소재 분야 강화에 나선 것은 그룹 내 시너지 효과와 관련이 있다"며 "이 회사는 LCD에서 빛의 방향성을 조절하는 편광필름을 비롯해 TV, 냉장고, 휴대폰,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다양한 소재를 삼성 주요 계열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