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를 사실상 보류해왔던 삼성LED가 최근 설비 투자를 재개했다.
업계에서는 TV 백라이트 시장보다는 조명 시장을 겨냥한 투자로 분석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LED는 최근 독일의 MOCVD 장비 업체인 액시트론에 대규모 발주를 냈다.
액시트론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MOCVD를 대량(a large multiple order) 수주했다”고 전했다.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로 불리는 MOCVD는 LED를 생산하는데 꼭 필요한 핵심 장비다. 업계에서는 이 장비를 두고 LED 양산 능력의 척도로 평가한다. MOCVD를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따라 생산 규모가 달라진다.
삼성LED와 액시트론 양사는 모두 영업 비밀을 이유로 이번에 체결한 구체적인 장비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삼성LED는 액시트론의 MOCVD 수 십대를 구매, 연내 생산 라인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ED가 이 같은 대규모 장비 발주를 낸 건 거의 1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는 LED TV 수요를 감안해 투자가 있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시황이 둔화되면서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삼성LED 측은 “양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에둘러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LED 조명 사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급되는 장비는 ‘AIX G5 HT’ 이름의 MOCVD로 기존 장비에 비해 수율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인치 웨이퍼에 최적화돼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론상 6인치 웨이퍼를 이용하면 MOCVD 한 번 가동으로 2인치 대비 40% 정도 더 많은 LED칩을 생산할 수 있는데, 삼성LED는 현재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는 LED 조명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LED칩 가격을 낮출 수 있는 6인치 장비를 구매했단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보다 조명 시장을 타깃으로 이번에 액시트론서 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명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LED는 이달 초 2만원 미만의 보급형 LED 조명을 출시하고 오는 6월엔 미국에도 LED 조명 내놓는 등 조명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LED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설비 증설에 16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중 상당 금액이 액시트론의 MOCVD를 구매하는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MOCVD는 대당 가격이 20억~30억원 하는 고가의 장비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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