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1’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부대행사로 열린 전시회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보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전기습윤(EWD) 디스플레이 패널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 4.5인치부터 80인치에 이르는 LG디스플레이의 다양한 초고해상도 패널에도 각국에서 모인 학계 및 산업계 인사들의 시선이 쏠렸다.
전시회에 선보인 제품 중 최고의 제품을 선정하는 ‘베스트 인 쇼’ 어워드에서도 삼성전자가 70인치 UD 3D 패널로 대형부문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 SID가 선정한 ‘올해의 디스플레이’ 금상을 수상한 애플의 아이폰4도 주요 패널 공급업체는 우리나라 업체라는 점에서 삼성과 LG 없는 전시회는 ‘앙꼬 없는 찐빵’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산업계의 환희에도 불구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학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어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학회와 전시회장에서 만난 다수의 학계 관계자들은 20여년간 쌓아온 국내 디스플레이 연구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곳곳에서 토로했다.
한 원로 교수는 “산·관·학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현재의 디스플레이 연구 기반을 만드는데 20년이 걸렸다. 하지만 국책 연구개발 자금 지원에서 디스플레이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4~5년 뒤에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반이나 남을 지도 의문이다. 국내 연구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국내 학계가 뒤처지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의 동력도 힘을 잃는 것은 자명하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들이 산업계로 유입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년 공든 탑이라고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다시 기초를 돌아볼 시기다.
로스앤젤레스(미국)=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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