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찬희 태기 사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105/110523015123_642451735_b.jpg)
“코어 라이선스 부담만 해결하면 주요 반도체 국산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핵심 코어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팹없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이유입니다.”
이름부터 낯설다. 팹리스 파운드리라니. 팹 없이 생산을 대행해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것일까. 매그나칩반도체 파운드리사업본부장(부사장)을 지냈던 이찬희 사장이 창업한 ‘태기’는 이것을 가능케 한 회사다.
이찬희 사장은 “사실상 반도체설계자산(IP)과 파운드리를 접목한 비즈니스”라며 “디자인에 필요한 IP를 제공하면서 파운드리 고유 기술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기가 제공하는 최종 서비스는 파운드리, 즉 생산대행이다. 이것만이라면 굳이 태기를 통할 이유가 없다. 태기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는 사실상 IP다. 이 IP를 해당 파운드리에서 검증하고 최종 웨이퍼로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인 팹리스는 별도의 IP 라이선스를 맺지 않아도 되는 큰 이점이 있다. IP 라이선스는 생산비용에 포함돼 런닝개런티를 내는 형식이다. 또 팹리스가 생산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할 필요도 없다.
이 사장은 “이 모델은 ‘프린터 사업’과 같다”고 소개했다. 각종 기술이 집약된 프린터를 10만원대에 파는 이유는 잉크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태기도 기술은 IP로 제공하면서 수익은 파운드리 서비스로 번다는 뜻이다.
그는 “고객인 팹리스는 사실상 생산하는 비용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로 코어 라이선스를 맺을 필요가 없다”며 “핵심 코어 비용이 없어지면 초기 개발비를 수십억원 줄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사장이 태기를 창업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한국 반도체 시장이다. 삼성·LG와 같은 글로벌 IT기업이 국내에 있지만 이들이 채택하는 반도체 국산화율은 낮다. 그가 만난 국내 엔지니어들은 뛰어났지만, 기반이 없었다. 초기 개발부담도 컸고 코어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대만의 대형 파운드리회사들에게는 푸대접을 받았다.
이 사장은 “규모가 작아도 실력있는 알짜기업이 많은데 왜 이 시장을 중국과 대만업체에 뺏기고 있는 것일까” 답답했다.
그 대답을 찾아다녔다. 과거 매그나칩이 ARM8 라이선스를 들여와 국내 팹리스에 무료로 제공했던 일을 떠올렸다. ARM을 대체할만한 코어를 찾고, 그 코어를 특정 파운드리에 한정하는 방식으로 라이선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1년여 동안 코어 업체들을 만나고 이 모델을 설득했다. 그렇게 나온 첫 모델이 매그나칩-프랑스, 코투스-태기로 이어지는 삼각 협력 모델이다.
그는 “터치스크린용 컨트롤러나 USB 3.0 LED 디밍컨트롤러 등 32비트 코어를 필요로 하는 여러 반도체가 첫 타깃”이라며 “이 분야 반도체의 국산화를 이끄는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