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희망이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창업 동아리를 찾아서

 민지는 대구 출신이다. 열 일곱이 되는 올해 초 서울로 올라왔다. 꼭 다니고 싶은 학교가 있어서다. 인터넷에서 학교 정보를 접하고는 바로 마음을 굳혔다.

 “항상 평범하기보다 특별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교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가고 싶지 않았지요. 우연히 이 학교를 알게 됐어요. 홈페이지를 둘러보면서 ‘여기다’ 싶었지요.”

 집을 떠나야 한다는 두려움 정도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부모도 그의 다짐을 꺾지는 못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지낼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왔지만, 딸을 믿기로 했다. 어리광만 부릴 줄 알았던 품안의 아이는 어느새 자기 꿈을 당당히 밝힐 만큼 의젓하게 자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학한 곳이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다. 인터랙티브미디어과·뉴미디어디자인과·웹미디어과 등의 전공 이름에서 보듯 전문화된 교육과정이 장점이다. 일부 수업은 대학 1~2학년 전공과정 못지않을 정도로 깊이가 있다. 창업동아리, 앱센터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이 학교의 특색이다. 온라인 쇼핑몰 최고경영자(CEO)가 꿈인 민지도 이 점에 반했다.

 “엄마가 옷가게를 운영하세요. 제가 만든 인터넷쇼핑몰에서 엄마가 만든 옷을 파는 상상을 하면 벌써 흐뭇해져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신림동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내 한 교실. 창업동아리 모임의 아지트다. 언뜻 보기에 까르르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지만 아이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최고 기업의 전략회의에 온 듯 금세 진지해졌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이철호 교사가 새로운 경진대회 요강을 설명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편집도 신경 써야 한다. 예산은 실현 가능한 목표를 최대한 맞춰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2학년인 아라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제대로 해볼래요. 아이디어가 넘쳐나요.”

 아라를 비롯해 보라, 민경, 선경 등 2학년 여섯 명은 이미 창업동아리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다. 외부 대회에서 수상경력도 화려하고, 다양한 강연에 초청받기도 했다. 몇몇은 방송에 나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한 적도 있다.

 보라가 현재 준비 중인 사업 아이템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 전 OBS ‘기업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아이디어다.

 “선경이와 함께 ‘뜨거운 농부들’이란 아이템을 구체화하려고 해요. 플래시 게임을 통해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수확하면, 실제로 농산물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거죠.”

 이야기를 듣는 민지를 비롯한 네 명의 1학년 학생들의 눈빛도 반짝거렸다. 두 달 남짓한 동아리 활동이지만 벌써 예비 창업가의 풍모가 엿보였다.

 수빈이는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 땐 긴장도 되고 갈피를 못 잡았는데 아이디어 회의, 사업계획서 작성 등을 하다 보니 창업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이철호 교사는 “비즈쿨은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현실화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며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과정을 따라오다 보면 어느새 한층 깊어진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이미 학생들은 큰 꿈을 품고 있었다.

 “해외 창업을 해보고 싶어요. 돈을 벌게 되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자유롭게 생각도 하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할 거예요.”

 2학년 아라의 말이다. 동아리 내 모든 친구는 이렇게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디고 있었다.

 민지는 “선배들과 친구의 모습을 보면, 저도 조금씩 꿈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이전보다 하고 싶은 일도 더 많아졌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