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내 연구단에 배치될 연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내년에 출범할 25개 연구단에서 필요한 고급 연구원 수만 1000여명을 넘어서지만 이를 충원할 인력풀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가 R&D체계를 기초연구 역량에 기반한 창조형 R&D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총인원 3000명의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50개의 연구단을 설치하고, 각 연구단마다 55명씩, 총 3000명 가량의 연구원을 충원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에만 25개 연구단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요되는 연구인력은 1250명 가량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연구단 설립계획만 세워놓은 채 인력 충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단 측은 “국내 고급 연구 인력풀이 넓지가 않아 고민 중”이라며 “올 연말까지 수립할 기본계획에 인력 수급에 대한 내용도 포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연구단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방법은 출연연의 인력을 빼오는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출연연 소속 연구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외국의 연구자를 초빙하고 젊은 과학자를 영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연구경험이 있는 출연연의 연구자들이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구단으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출연연 연구원들의 분위기가 대덕단지를 휘감고 있다.
그 동안 응용·목적기초 연구를 주로 해왔던 연구원들조차도 과제기간이 중장기로 주어지고 정부의 성과 독촉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초과학연구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업무가 중복되는 일부 출연연들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이 향후 과학관련 대형시설까지 보유, 관리한다면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장비관리기능과 기초연구 부문, 순수 R&D를 수행하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을 비롯해 기존 연구기관들의 순수 과학에 가까운 과제들도 재조정될 공산이 크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이들 핵심인력이 무더기로 빠져 나간다면, 출연연의 과제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더군다나 정부의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과 맞물리게 되면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일정기간 혼란스런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희범·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