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한국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알리지를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베이징 하이테크 엑스포’ 한국관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중국인 장 모씨(성만 공개 요청)가 한국 IT중소기업 평가 요청에 대해 던진 말이다. 전직 미시간대 교수 명함을 내민 그는 “우리는 삼성·LG는 자세히 알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모른다”면서 “한국 기술이 일본 수준까지 올라갔다는데 두 곳 이외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떠난 후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우리 중소기업에 한국 IT 프리미엄이 존재하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삼성·LG전자가 해외에서 승승장구했고, 그들이 ‘한국기업’이어서 막연히 기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것이 한국 IT중소기업들의 이미지 관리 실패다. 2년전 중국 옌지를 찾았던 기자는 현지인들로부터 “과거에는 한국산이면 무조건 팔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그 이유로는 ‘한국에서 팔다 남은 것’ ‘유통기한 지난 상품’ 등을 갖고 와서 팔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에 와본 사람들은 느끼겠지만 이곳에서 삼성·LG 등 우리 대기업들의 간판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TV를 틀면, 우리 대기업들이 협찬한 스포츠 경기와 대회도 보인다.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동안, 중국인들은 ‘한국기업이 협찬을 하는구나’며 그 기업 브랜드와 제품을 한번쯤 더 떠올린다. 대기업들이 해외서 주가를 계속 높이는 이유다.
이제는 중소기업도 변화야 한다. 좋은 기술도 알리지 않으면 못 팔아 먹는다. 그리고 이것은 한두번 소개가 아니라 잠재고객의 뇌리에 각인이 돼야 한다. 이곳에서 만난 KOTRA 관계자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인들의 ‘만만디(천천히)’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이라는 여운이 그의 말에서 느껴졌다.
정부도 지원체계를 바꿔야 한다. 과거와 달리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불리는 성장단계에서의 위기가 홍보·마케팅 부족에서도 올 수 있는 시대다. 특히 기술이 급변하는 IT산업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신기술이 ‘옛 것’이 된다. IT산업의 현실이고 마케팅력이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이 직면한 심각한 과제다. 해외 홍보·마케팅 없는 ‘한국 IT프리미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중소기업과 정부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베이징(중국)=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