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태생부터 ‘얼리어답터’였다.
전국 격오지에 위치한 근무지 특성상 IT와 무선통신 등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공단이 설립된 1980년대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기술이 이들에게 절실했다.
1987년 공단 설립 당시 어지간한 회사에서는 컴퓨터를 구경하기 힘들 때였지만, 퍼스널컴퓨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NEC 5200’을 본부에 설치해 정보화의 첫 발을 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NEC 5200은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국내 총판하고 삼성그룹의 OA 및 전산화 추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당시 한대 가격이 대졸사원 1년 연봉보다 비싼 6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 제품이었다.
이처럼 한 명의 사원을 포기하고 정보화에 매진할 정도로 얼리어답터였던 공단의 열정은 정보화부서인 ‘자료전산실’ 구축과 PC통신망 이용으로 이어진다. 본부와 각 지방사무소, 사무소와 분소 간 팩스로 주고받던 업무를 PC통신망으로 활용하게 해 업무의 효율성 향상 및 시외 전화요금을 절감했다. 또 PC통신의 비디오텍스(VTX)를 이용해, 국립공원 탐방정보 서비스를 텍스트에서 그래픽으로 전환하기에 이른다.
1997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한글과 영문으로 구축했고, 지리정보시스템(GIS)을 도입해 ‘국립공원 시설물 관리시스템’도 개발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전자결재 시행 △자연자원조사업무 전산화 △본부와 지역 사무소 간 네트워크 구축 △PDA를 이용한 국립공원 현장관리시스템 도입 △스마트폰을 이용한 국립공원 현장관리시스템과 화상회의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공단 업무를 향상시키기 위한 얼리어답터적인 행보는 계속됐다.
특히 공단에 최신 기술이 필요하게 된 계기는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따라 국립공원의 탐방객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자연훼손과 각종 불법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 직원의 현장순찰 및 자연보전을 위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IT 활용방안이 대두됐다.
2009년 북한산국립공원을 비롯한 3개 국립공원에 산업용PDA 23대를 이용한 현장관리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운영했다. 하지만 산업용 PDA의 무거운 중량, 통신음영지역, 새로운 업무방식 도입에 따른 거부감 등으로 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고민하다가 지난해부터 대중화된 ‘스마트폰’을 공원관리에 접목하기로 결정했다.
공단에서는 현재 △불법행위 탐방객의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실명인증기능을 포함한 순찰업무분야 △공원구역 내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환경유해 야생동식물에 대한 조사기능을 포함한 자연조사업무분야 △공원시설물을 안전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설관리분야 △지리산에 방사돼 관리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을 추적 관리하는 기능을 포함한 방사종 업무 등 4개 분야의 업무를 스마트폰에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
안수철 국립공원관리공단 행정처장은 “국립공원 현장으로 근무 배치 시, 기본적으로 사진기·조사야장·필기구·무전기·GPS 등 다섯 가지 기기를 챙겨서 나가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활용하면서 하나로 줄어들었다”며 “공단에서는 스마트폰 중에서도 공원관리업무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 무엇인지, 격오지에서 가장 통화가 잘 되는 통신사가 어디인지 지속적으로 검토해 업그레이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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