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국내 ‘기업용 지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한국 기업 상대의 ‘클라우드 지리정보시스템(GIS) 서비스’ 개시를 위해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달 기존 구글엔터프라이즈 산하에 ’구글맵스’ 조직을 신설,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과 GIS 서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맵스 프리미엄’과 ‘구글어스빌더(Google earth builder)’로 명명된 구글의 클라우드 GIS 서비스는 페이지뷰와 사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연간 사용료를 책정한다.
이는 기존 구축형 GIS 서비스보다 구축비용·유지보수 측면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구글 측의 설명이다. 반면에 구글의 기존 지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했던 기업은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야 상업적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구글맵스 프리미엄 사용 계약을 최근 체결한 삼성전자는 자체 자산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약 800명의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연간 5000만원가량의 사용료를 지불키로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위에 자사에 필요한 정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구글은 올 상반기 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클라우드 GIS 서비스를 전면 개시한다. 미국에 이어 지난 1월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최근 아시아 지역 총판 회의를 열고 상반기 한국·말레이시아·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사 클라우드 GIS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뉴스의 눈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구글의 클라우드 GIS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GIS 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된다. 구글 측은 GIS를 사내 혹은 대외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GIS 정보를 필요로 하는 신생 사업자나 공공기관 등에까지 도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은 기존처럼 고가의 GIS를 구입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의 실시간 지도 데이터를 비즈니스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워하는 눈치다. 반면에 기존 지도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던 기업은 유료 서비스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GIS를 필요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 초기 비용 절감 효과는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용 GIS를 구입·설치하는 초기 비용은 최소 8000만원~1억원. 여기에 연간 3000~5000만원가량의 데이터 업데이트 비용과 운영 서버와 전문 인력이 추가로 소요된다. 10~15억원 규모의 은행권 G-CRM 프로젝트의 경우, 총비용의 30~40%가 GIS 데이터 마련에 쓰인다.
구글의 GIS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 입장에선 사용량과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연간 수 천만원 내외의 요금을 지불, 수 억원 단위의 초기 구축비용은 물론이고 지도 업데이트 및 운영을 위한 서버·인력 비용이 절감된다. 이 데이터는 모두 국내 구글 본사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저장·운영된다.
만약 기업이 사내 서비스로 활용하고자 하면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또 일반(B2C) 서비스로 활용하고자 하면 페이지뷰를 기준으로 각각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는 등 옵션에 따라 선택 책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한 사례다. 사용 여부는 매달 모니터링된다. 90% 이상이 넘어서면 추가 과금 협의가 진행되는 식이다.
하지만 구글의 ‘클라우드 선공’은 지금까지 글로벌 지도 소프트웨어 기업인 ESRI의 라이센스를 판매해 온 선도소프트나 지오시스템, 한국공간정보통신 등 국내 ‘구축형’ GIS 기업에게는 위협이다.
특히 최근 이들 기업의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구글의 클라우드 공세에 밀린 GIS 시장 개편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