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업계가 침묵에 빠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팹리스 기업들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는 자조적인 지적과 함께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만큼 상징적인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앤씨테크놀로지·어보브반도체 등 국내 일부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월드클래스300에 지원했으나, 4.9대 1의 경쟁률을 뚫지 못하고 전원 탈락했다. 본지 5월 23일자 10면 참조
월드클래스 300은 지경부가 글로벌 기업 3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전방위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을 말한다. 3~5년간 약 100억원의 기술개발비뿐만 아니라 시장 확대를 위한 KOTRA의 역량을 지원해주며, 채용과 투자에도 도움을 준다.
역대 유례없는 대규모 지원인 만큼 중견·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뜨거웠으며, 일부 시스템반도체 업체들도 적극 참여했다. 특히,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시스템반도체 기업을 방문하고 산업발전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혀, 내심 기대가 컸었다.
이번 선정에 대해 이원주 지경부 기업협력과장은 “업종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했다”며 “평가위원들이 상대적으로 준비상황이 우수한 기업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팹리스 기업들이 이번 선정에서 탈락한 것은 반도체장비·자동차부품 등의 기업에 비해 공장없이 설계만 하는 기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적었다는 점이 꼽힌다.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냉정한 분석도 있다. 몇 년 전만해도 부품업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들이 팹리스 기업이었으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선두기업들의 매출이 하락하거나 정체되는 등 성장성 측면에서 이제는 더 이상 ‘블루칩’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월드클래스 300에 신청했던 기업의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다른 분야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R&D 비중이 높고 글로벌 가능성도 커 기대를 했다”면서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시스템IC 2015를 비롯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는 지원책이 앞으로도 나올 예정이어서 낙담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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