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슨, 도시바 업고 블레이드 속도 높이나

 일본 도시바가 국내 풍력업체 유니슨의 대주주가 된다. 풍력시장 침체 등으로 사업에 난항을 겪던 유니슨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니슨은 24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일본 도시바가 유니슨의 CB를 사들여 1년 뒤 유니슨 주식의 30% 가량을 취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도시바는 이정수 전 유니슨 회장(지분 22.48%)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그간 풍력발전 사업을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지난 3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원자력발전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일본의 대표적인 원자로 제조업체다.

 유니슨 관계자는 “도시바에서 주식인수 의사가 있어 몇 개월 전부터 실사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이번 일을 통해 든든한 우군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유니슨은 도시바와 협력해 풍력발전 관련 기술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 도시바가 개척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풍력발전 제품의 해외 판매를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목표다.

 

 ◆뉴스의 눈

 이번 도시바의 유니슨 투자는 투자자 확보에 목말라 하는 유니슨과 원자력발전을 대체할 사업을 모색하던 도시바의 이해가 딱 맞아 떨어져 이뤄졌다.

 10년 전 풍력사업을 시작한 ‘대한민국 풍력 1세대 기업’인 유니슨은 세계적인 풍력시장 침체, 국내 대기업들의 풍력시장 진출과 더불어 최근에는 스리랑카 풍력발전기 공급계약 해지까지 겪는 등 어려움이 겹친 상태다. 지난해에는 교량 사업 등 매출을 자회사로 이전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액이 2009년 대비 30.1% 줄어든 859억원을 기록했다. 그 만큼 확실한 투자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도시바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방향을 선회해 환경·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부터 3년간 3조엔(약 40조원)을 설비투자 및 인수합병(M&A) 등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유니슨의 CB 인수 결정도 이 같은 정책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도시바는 최근 스위스의 스마트그리드 업체 랜디스앤기어를 1900억엔(약 2조5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업계는 유니슨이 이번 CB 발행을 계기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반응했다. 풍력발전 사업에는 상당한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그 역할을 도시바가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기술개발 측면에서도 한 층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국내 뿐만 아니라 베스타스 등 세계 유수 풍력업체와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일로 유니슨의 상황이 개선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 여부는 도시바가 앞으로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사업에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