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 정당·정책과 인물을 보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 행위를 한다. 선거 전략가들은 이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정당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선거전략을 세운다. 과거 우리는 정책과 인물을 외면한 채 정당을 보고 무조건 투표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투표 행위를 보면, 유권자의 선택이 정당 요인에서 정책과 인물 요인으로 점차 바뀌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정치는 보수와 진보진영이 정당의 형태로 대립한다. 정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정당과 단체가 추구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들 정당과 단체가 보수나 진보에 얼마나 가까운지는 안다. 보수와 진보라는 잣대에서 그들은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여 대립하고 경쟁하고 싸운다. 산업시대의 패러다임이 갈등과 대립의 패러다임이기 때문에 이를 대변하는 정당정치가 정치를 주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래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더 이상 대립하고 대결하는 관계가 아니다. 미래사회는 상호 윈윈하는 관계다. 기후변화·에너지·식량·질병·물과 같은 전 지구적 이슈에서부터 개인의 사소한 일상까지 정치가 관여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이념적으로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풍요롭고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요구에 정치의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결국 진보와 보수의 대립, 당파주의 등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트한 조직의 힘보다 개인 중심 느슨한 조직의 힘이 더 강해지는 시대로 변화할 것이다. 이는 곧 개별 정치인이 부각되고, 정당정치가 아닌 정책별 연대 등의 확대를 의미한다. 정치인 팬 조직이 정책 연대의 중요 축을 이루고, 개별 정치인 및 팬 조직은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힘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변화된 모습은 양당 정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정당보다는 정치인 개개인의 힘이 커지고 있고, SNS를 활용한 이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념에 기초한 정당보다는 정책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친밀한 인물을 유권자는 원한다. 이에 따라 정당의 힘과 역할도 바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새로운 정치 환경을 경험할 것이다.
조광현 ETRC 센터장 h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