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환골탈태 노력이 이번에는 금융시장과 국민 정서란 양대 ‘허들’을 넘을 수 있을까?
뼈를 깎는 자구 노력과 혁신을 통해 이번 고비를 넘는다면 빠르게 조직 추스르기가 가능하겠지만, 다시 걸려 넘어지면 감독권 분리와 조직 쪼개기란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전 직원이 1회 이상 참석하는 내부 쇄신 워크숍을 진행한다고 한다. 임원·부서장은 이미 이달 초에, 팀장 대상 워크숍은 지난 12~13일 진행된데 이어 일반 직원까지 전 인력이 쇄신 방안 공유와 실천 의지를 함께 다진다는 취지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총리실 금융감독 혁신 테스크포스(TF)에 자체 적으로 마련한 쇄신안을 보고했으며, TF로부터 “고민한 흔적이 담긴 안”이라는 긍정적 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원 쇄신 워크숍을 기획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싣는 동시에, 자체 혁신 노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뜻이 함께 깔려 있다.
이달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부서장과 팀장급 70~80%를 교체하는 초고강도 인사를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부를 다 바꿔서라도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긴박함이 담겼다.
전·현직 고위 임원과 간부가 잇따라 구속되거나 검찰에 불려다니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도 이같은 인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정말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금감원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상호금융 자산급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가장납입 수법을 악용한 한계기업의 부정거래에 대한 선제적 조사 등 최근 금융권 위험 소지에 대한 발빠른 대응 조치도 이전과는 달라진 자세로 받아들여 진다.
금감원 혁신에 대한 객관적인 1차 평가는 다음달 중순 나올 예정인 총리실 TF의 쇄신방안으로 가려지게 됐다. 금감원이 제출한 쇄신 방안의 큰 틀에서 비껴가지 않는다면 현 체제의 혁신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고, 현 감독체계와 틀을 흔드는 쪽이라면 지금의 혁신 방향도 힘과 방향성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갈림길을 향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