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터줏대감 롯데가 가전 양판점사업에 진출하면 그동안 ‘하이마트 천하’였던 가전유통 업계 구도에도 일대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가전 양판점 시장은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LG ‘베스트샵’, 하이마트 3강 체제다. 디지털프라자·베스트샵이 각각 자사 제품 중심의 라인업을 강조하는 반면에 하이마트는 삼성·LG는 물론이고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다양하게 구비하면서 단숨에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갔다. 지난해 매출도 3조467억원으로 국내 가전 시장 연간 규모(약 12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지정하는 브랜드 파워 조사 결과에서도 디지털프라자를 제치고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다음달 거래소 상장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거의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 가전 양판점 시장에 4사 간 물고 물리는 점유율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우선 오프라인 양판점은 기존 업체들의 자리싸움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00% 직영 체제인 하이마트가 290개, 직영·대리점 혼합 체제인 디지털프라자·베스트샵이 각각 5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선두 업체들이 이미 든든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롯데의 경우 매장 수는 적게 출발하지만, 하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브랜드에 상관없이 다양한 제품을 구비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삼성·LG는 물론이고 대우와 외산 제품까지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다.
기존 3사가 오프라인 유통이 주력인 것과 달리 롯데는 롯데닷컴·롯데아이몰 등 종합 인터넷쇼핑몰 및 TV홈쇼핑(롯데홈쇼핑)과 연계할 수 있는 것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 일괄구매 등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
롯데마트는 이미 지난 2009년 서울역점에 ‘디지털파크’를 오픈하는 등 가전 부문 매출 확대에 주력해왔다. 롯데홈쇼핑도 최근 홈쇼핑사들이 가전제품 판매 비율을 낮추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9%를 가전으로 편성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같은 TV라 하더라도 백화점·양팜점·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모델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당장 일괄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향후 사업 확대에 따라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에서 잔뼈가 굵은 롯데가 가전 양판점사업에 진출하면 업계 구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가전 양판 시장이 3강 체제에서 4강 체제로 개편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