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가전제품 양판점사업에 진출하면서 ‘롯데가 과연 양판점에서도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갈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이미 양판점과 유사한 형태의 가전제품 판매망을 가동하고 있다. 롯데마트 안에 입점한 ‘디지털파크’가 그것이다.
롯데마트는 2009년 11월 서울역점에 약 1650㎡(500평) 규모의 가전매장 디지털파크를 처음으로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3월 2호점을 구로점에 오픈했다. 2호점은 1호점보다 두 배 이상 크고 취급 제품도 세 배 이상 많은 규모다.
디지털파크는 TV·냉장고 등 대형 가전뿐만 아니라 노트북·디지털카메라 등 소형 가전과 관련 액세서리·소모품 등을 대폭 강화했다. 영상 백색가전에서 디지털가전으로 매장 중심을 이동한 것이다.
디지털파크에서는 300여개의 디지털 제품과 관련 액세서리 2000종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디지털파크는 모든 제품을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볼 수 있는 ‘체험형 매장’ 형태로 운영해 디지털기기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젊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파크 오픈 이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가전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2%, 판매량은 44%나 늘어난 바 있어 디지털 전문매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 카메라 액세서리가 매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가전으로 몰린 고객들이 다른 백색가전 매출에도 기여해 TV와 냉장고·세탁기 등 영상 백색가전과 밥솥·청소기·가스레인지 등 주방 생활가전 판매도 덩달아 늘어났다.
더욱이 디지털파크의 영향으로 롯데마트 전체 매출도 늘어나 디지털파크 오픈 이전보다 고객 수와 매출이 각각 3%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디지털파크 운영을 두고 ‘롯데가 가전제품 양판점사업 진출을 위한 시범경기를 치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파크가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면서 가전 양판점 진출에 반신반의하던 내부 의견이 급격히 ‘진출’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롯데가 디지털파크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전 양판점에서도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