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선수가 오랜만에 메이저 대회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데이비드 톰스와 연장전 끝에 우승하면서 170만달러의 우승 상금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언제나 이 대회가 열리는 TPC 소우그래스는 어렵기로 소문난 코스다. 특히 17번 홀, 아일랜드 그린을 가진 132야드 파3 홀과 462야드 거리를 가진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파4, 18번 홀이 이 코스를 세계적인 선수들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TPC 소우그래스는 생존해 있는 골프코스 설계자 중 가장 유명한 피트 다이(Pete Dye)가 설계한 코스로서 프로 골퍼들이 미국 내에서 제일 어려운 코스로 꼽는 곳이다. 피트 다이의 코스는 죽음의 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어렵다.(필자가 미국 골프협회 공식 핸디캡 9일 때 98스트로크를 쳤을 정도다) 그가 설계한 코스의 특징은 벙커가 손가락 모양으로 만들어진 핑거 벙커, 언제나 17번 홀은 연못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으로 되어 있다. 18번 홀. 그 전의 열 일곱 홀이 마지막 18번 홀을 위한 연습이라도 되는 것처럼 왼쪽으로 연못을 끼고 돌아가는 엄청나게 긴 파4 홀(TPC 소우그래스의 18번 홀과 팜 스프링스의 PGA West 18번 홀이 유명하다)이거나 휘슬링 스트레이츠처럼 500야드에 가까운 긴 거리이면서 그린 앞에 100야드가 해저드로 조성된 홀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조차 보기를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홀이다. 이런 코스 세팅 때문에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은 피트 다이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골퍼를 괴롭히는 것이 취미인 새디스트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피트 다이 본인이 설계한 코스는 아직 없다. 다만 그의 아들인 페리 다이가 이끄는 다이 디자인에서 설계한 코스가 우정힐스·비전힐스·제주 파라다이스를 비롯해서 충북 이븐데일 등 몇 개 있을 뿐이다. 페리 다이가 설계한 코스도 핑거 벙커, 17번 아일랜드 그린, 무지막지한 18번 홀 등 피트 다이의 설계 사상을 이어받아서 무척 어렵다. 보기 플레이어들은 피트 다이 코스를 싫어하는 반면에 싱글 핸디캡 골퍼들은 진정한 샷 밸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피트 다이 코스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기까지 한다. 진짜 피트 다이가 설계한 코스를 즐기려면 중국 선전에 있는 미션힐스 골프클럽의 피트 다이 코스를 다녀올 수 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본격적인 피트 다이 코스가 바로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