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6월 1일부터 쉐보레 크루즈5를 시판한다. 크루즈5는 기존의 쉐보레 크루즈, 즉 쉐보레 브랜드의 국내 도입 전까지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로 판매되던 4도어 세단 차량에 새롭게 추가되는 해치백 버전이다.
세단의 트렁크 부분을 짧게 줄여 뭉툭하게 만드는 대신, 뒷유리가 짐칸 덮개와 함께 열리는 해치를 달았다. 차명에 들어간 숫자 ‘5’는 짐칸의 해치를 포함해 문짝이 총 다섯 개 임을 의미한다. 대우자동차 시절의 ‘르망 펜타5’나 ‘누비라D5’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해치백은 왜건과 함께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시장에서 높은 선호를 보이는 차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세단에 밀려 인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국산차뿐 아니라 수입차까지 제법 다양한 모델이 시장에 나와 있고, 구매자들의 인식도 예전과는 달라져가는 모습이다.
한국지엠은 크루즈 세단을 바탕으로 하되, 보다 높은 실용성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크루즈5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젊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쉐보레의 전략에도 잘 들어맞는 모델이다.
크루즈5의 직접적인 경쟁모델로는 현대 i30과 기아 포르테 해치백이 꼽힌다. 비슷한 급의 수입차로서는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가 대표적이다. 세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해치백이라는 점에서는 포르테 해치백과 통한다.
포르테 해치백과 마찬가지로 크루즈5도 앞모습은 세단과 다를 것이 없다. 대신 크루즈5는 일반적인 해치백들과 달리 지붕에서 뒷유리까지 이어지는 선이 아치형, 혹은 쿠페 스타일로 날렵하게 만들어 졌다. 세단과 차별화된 인상을 주는 테일램프나 고속주행 시 횡풍의 영향을 최소화해 주행안정성을 높여준다는 뒷유리의 지느러미 형상 부착물도 눈길을 끈다. 완전히 바뀐 뒷모습에 비중을 두어 한국지엠은 크루즈5를 ‘섹시’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해치백 특유의 높은 활용성과 짧은 차체로 인한 기동성은 ‘스마트’로 표현된다. 크루즈5는 뒷바퀴에서 뒷범퍼 끝까지의 거리인 리어오버행을 세단보다 줄였기 때문에 차체 길이가 9센티미터 짧아졌지만, 동급 해치백 중에서는 가장 길다.
기본 적재공간은 세단보다 37리터가 줄어든 413리터이지만, 6대4로 분할되는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동일 기능을 가진 세단보다 훨씬 넓고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등받이는 어깨 부분의 손잡이를 이용해 간편하게 접을 수 있고, 접히는 형태도 깔끔하고 쓰기 좋은 모습이다. 그 외의 실내 디자인이나 공간 면에서는 세단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엔진은 1.8리터 가솔린과 2.0리터 디젤의 두 가지로 준비했고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 한 가지 뿐이다. 크루즈5의 스포티한 외관에 어울리는 박력있는 달리기를 원한다면 163마력을 내는 2.0 디젤이 답이다.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1.8 가솔린의 두 배가 넘는 최대토크를 분출하기 때문에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고, 연비(15.9㎞/L)까지 더 좋다.
세단 모델에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온 서스펜션의 경우, 해치백의 무게 배분 등 달라진 특성에 맞게 다시 최적화시켰다고 한다. 트렁크 부분을 잘라냈으니 차의 무게는 세단보다 가벼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차체 강성을 보강한 해치백 쪽이 더 무겁다.
쉐보레 크루즈5는 국내 시장의 ‘맹목’에 가까운 세단 선호 경향을 희석시키는 데 적잖이 기여할 젊은 차가 될 것 같다.
민병권 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