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된다. 시행착오를 끝내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10월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사장이 모여 개최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제기한 일성(一聲)이다.
SK텔레콤은 연말 조직 개편을 단행해 매출 정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려 했지만 성과는 나지 않았다. 유선통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도 중복된 사업 영역으로 사업부 간 충돌이 심했다. 휴대전화ㆍPCㆍTV 어디서나 끊김 없이 영상을 보게 해주는 N스크린 서비스를 두고 모회사와 자회사가 선점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SK텔레콤의 분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유력한 카드로 꼽힌다.
분사는 3단계로 나뉜다. 지주회사를 두고 물적 분할을 통해 모바일 서비스(네트워크)와 비모바일(플랫폼)로 나눈다. SK브로드밴드는 비모바일과 합병하게 된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는데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SK텔레콤은 보유하고 있는 피합병법인 지분을 소각할 확률이 높다.
기존 SK브로드밴드 주주는 SKT홀딩스의 지분을 대신 가지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SK텔레콤은 총 965만주(지분 12%)의 자사주를 들고 있어 신주를 발행하거나 추가 자금을 들일 필요 없이 합병이 가능한 ’묘수’로 꼽힌다.
특히 SK텔레콤의 분사와 SK브로드밴드 합병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분할하게 되면 소규모 합병에 해당돼 별도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의결로도 합병이 가능해진다.
실적과 주가 면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면서 이동통신 외 초고속인터넷 등 융합 사업, IPTV 등 미디어 콘텐츠 사업, 산업생산성증대(IPE) 등 기업 사업, 금융 사업 등의 다양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동통신 사업은 정부 규제 리스크가 특히 큰 사업인데 사업 분리를 통해 신성장동력 사업과 규제 리스크를 분리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는 물적 분할 특성상 SK텔레콤의 자금 여력이 배로 늘어나는 것도 매력적이다. SKT홀딩스 지배구조상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들고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지분을 우호세력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나 기업 인수ㆍ합병(M&A), 계열사 지분 확보를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등이 가능하다.
외국인 지분 비율이 6% 수준인 SK브로드밴드를 중간지주 안에 끌어들이면서 외국인의 추가 지분 매입 공간을 마련해줘 지지부진한 주가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 황시영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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