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생은 피곤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26일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 의장(59)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한 살이라도 덜 들었을 때 또 다른 세계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큰 변신을 시도한 셈입니다.”
김 회장은 과거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차관을 끝으로 민간인이 됐을 때 “대한민국 공돌이(공무원)의 몸값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보겠다”며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공개모집에 도전,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CEO에 올랐던 인물이다. 김 회장은 이번에도 새로운 세계에 도전, 한국지멘스 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김 회장은 산자부 시절 산업정책국장·산업기술국장 및 국제협력국장·차관보 등을 거치면서 산업과 통상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상 분야 중 특히 슈퍼 301조 협상 등 대미통상분야 전문가이자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실력파로 통했다. 이 정도 조건이면 가만있어도 산하기관장이나 로펌 등으로 쉽게 자리를 옮겨갈 수 있었지만 관례를 깨고 험난한 도전을 선택한 것.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으로 옮긴 2007년은 공교롭게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이듬해에는 최악의 실적을 맛보기도 했다. 김 회장은 힘든 경영여건에도 2006년까지 매출액대비 5%에 불과한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6%와 11%로 끌어 올리고 연구개발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 오늘날 하이닉스의 기술적 토대를 만들었다.
김 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 의장 이임사를 통해 “지난 4년 2개월은 지금까지의 제 일생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보람 있고,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고 반도체 한 사이클을 모두 경험하고 이제 더 ‘좋은 회사’로 발돋움하는 때에 떠나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하이닉스 이사회에 31일까지 출근한다.
그는 “하이닉스에서 체험한 대로 열정을 갖고 (지멘스에서)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지멘스는 에너지·화력·수력·발전·송배전설비·의료장비는 물론이고 볼트에서부터 고속철도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며 “(모든 국민이) 한국지멘스를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EPC 기업 등 국내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공동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성균관대학교(행정학사, 행정학박사)와 미국 뉴욕대학교(경영학석사), 미국 인디아나대학교(경제학석사취득, 박사수료)에서 수학했으며 1975년 1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이후 산업자원부 차관보, 특허청장, 산업자원부 차관 등을 지냈다. 2007년부터 3년 임기의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를 거쳐 최근 1년간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김 회장은 6월 1일 한국지멘스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취임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