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73조원이 넘는 전자조달 계약 업무 과정에서의 불법 전자입찰을 뿌리뽑기 위해 도입한 ‘지문인식 전자 입찰제도’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작년 4월 조달청(나라장터)을 시작으로 KEPCO·한국가스공사·LH공사·한국마사회 등 20개 공공기관이 지문인식 전자입찰 제도를 도입, 이른 시일 내 불법 입찰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지만 시행에 들어간 기관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방위사업청·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도로공사 5곳만 자체 운영 중인 전자조달시스템에서 지문 보안토큰을 이용해 전자입찰을 진행할 뿐 나머지 15개 기관은 미도입 상태다.
정부가 공인인증서 대여를 통한 불법 전자입찰 행위를 근절함으로써 국민 세금 낭비를 방지하고 조달 업무 투명성을 높이고자 의욕적으로 만든 당초 정책 취지가 공공기관으로 내려가면서 희석되고 있다.
특히, 작년엔 대다수 공공기관이 예산을 미처 확보하지 못한 탓에 지문인식 전자입찰 제도 운용이 어려웠다 해도 올해는 예산을 확보해 불법행위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지만,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는 기획재정부가 명확하게 도입 시점을 밝히지 않아 지문인식 전자입찰 제도 도입 건이 업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데다 공공기관끼리 도입 일정을 놓고 서로 눈치 보며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입찰 참가 업체가 공인인증서 대여 등의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벌여도 막을 방법이 없다.
조달청 한 관계자는 “늦게나마 수자원공사·LH공사 등 11개 기관이 연말까지 지문인식 전자입찰 제도를 도입할 예정으로 현재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머지 기관은 예산 등 내부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한 관계자는 “우선 타 공공기관이 지문인식 전자입찰 운영 또는 개발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하반기 도입 예정으로 지문인식 기술을 이용한 전자조달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지문인식 전자입찰제도’=입찰 시 지문정보를 통해 입찰 참가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인증서 대여 등을 통한 부정 대리 입찰을 방지한다. 입찰 시 보안토큰에 저장된 지문과 실제 입찰 참가자의 지문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입찰 참가 허용, 비대면 형태인 전자입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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