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지난 1월 초 휴대폰으로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은행 직원인데 개인정보 유출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보안 설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당황한 나머지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통장계좌 등 개인정보를 말해줬다. 범인은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A씨의 통장계좌로 카드론 대출 1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범인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통장계좌에 입금된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뒤늦게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실을 알아챈 A씨는 “항상 주의를 하고 있었는데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화통화를 활용한 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A씨처럼 평소 주의를 하고 있어도 충분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대다수 시중은행은 현재 계좌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큰 금액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 계좌는 자동으로 집중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계좌에서 이상 추이가 감지되면 사전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예방활동 우수직원 포상, 자동화기기(ATM) 거래 시작 전 주의 문구 안내 등을 시행중이다.
은행 간 공조도 활발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타행에서 입금된 계좌에서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바로 해당 은행과 공조해 지급정지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빠른 피해금액 환급을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오는 9월 30일부터 보이스 피싱 피해자는 피해구제신청서, 피해신고확인서, 신분증 사본을 금융회사에 제출하기만 하면 지급정지 절차가 시작된다.
전화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솔루션도 나왔다. 모바일 솔루션업체 블루리버(대표 이기수)는 최근 ‘헬로링’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개인이나 기업이 전화를 걸면 받는 고객의 휴대폰에 지정된 영상이나 이미지가 뜨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은행 또는 공공기관임을 수신자에게 알려줄 수 있어 의심을 줄일 수 있다. 가입할 때 개인이나 기업 정보를 확인함으로 타인이 은행 또는 공공기관을 사칭할 수 없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미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은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기수 대표는 “보이스 피싱 피해와 의심 사례가 9만 건에 이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헬로링 서비스는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