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업센터에서 동거해오던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9년 만에 결별한다. 두 은행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경상남도 밀양 KT 데이터센터를 백업센터로 함께 활용해 왔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내달 차세대 시스템 오픈에 맞춰 백업센터를 경상북도로 이전하면서 기나긴 동거생활도 끝나게 됐다.
비용증가 등의 여러 이유로 지난해부터 백업센터 이전을 준비해온 대구은행은 내달 7일을 기해 백업센터를 경북 K시로 이전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은행은 삼성SDS 구미 데이터센터 임대와 지점 건물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택했다. 대구은행은 올 초 경북 K시 지점 건물의 한 층을 리모델링해 항온항습기 등의 설비와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의 장비 구축을 끝마쳤다.
대구은행의 신규 백업센터는 차세대 시스템 이행과 동시에 가동된다. 통합테스트를 통해 재해복구(DR) 체계 점검도 마무리된 상태다. 운용은 기존처럼 한국IBM이 맡기로 했다. 단 현재 사용 중인 밀양 백업센터의 장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일정 기간 남겨둘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계기로 자사 점포에 백업센터를 구축함으로써 비용 상승 등 여러 가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이 독자 백업센터를 구축키로 한 주된 이유는 데이터센터 임대료가 최근 2~3년 사이에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변전시설 등의 설비 노후화에 따른 추가적인 설비교체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KT와 백업센터 운영사업자인 한국IBM 간 협상을 벌이기도 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부산은행이 최근 공간 부족을 이유로 본점의 주센터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주센터가 있던 자리를 백업센터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산은행이 빠져나간 공간의 임대료까지 떠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번 결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구은행이 이 처럼 발빠른 행보를 보이자 부산은행도 내년 초 차세대 시스템 오픈에 맞춰 백업센터를 이전할 계획이다. 우선 주센터를 부산의 제2지역으로 이전하고, 현재 주센터가 있는 자리엔 백업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앞서 2002년부터 두 은행이 백업센터를 공동으로 사용한 이유는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30%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또한 메인프레임을 활용하는 등 두 은행의 유사한 시스템 구조는 백업센터 공동 활용의 또 다른 이유다. 게다가 밀양은 부산과 대구의 중간 지점이라는 지리적 장점도 있었다.
백업센터 공동 활용을 기반으로 업무 프로젝트 공동개발 등 두 은행의 공조체계를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이후 두 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공동개발을 검토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두 은행의 연결고리 하나는 사라진 셈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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