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에 납품, 30억원에서 800억원대로 매출 급성장, 그리고 100억원대로 급락, 이제는 다시 매출 1000억원 도전.’
드라마 같은 이엠엘에스아이(EMLSI)의 사업 스토리다. 국내 팹리스 기업의 전반적 침체와 맞물려 이엠엘에스아이의 역경 극복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2000년도에 설립한 이엠엘에스아이는 제품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중소기업 제품인 만큼 가격도 저렴했다. 2001년 매출은 30억원에 불과했으나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그 당시 휴대폰 세계 1위인 노키아의 협력업체가 됐다. 이후로는 거침이 없었다. 2002년 149억원, 2003년 696억원, 2005년 812억원으로 고속성장했다.
하지만 조직관리가 문제였다. 코스닥 상장 이후 개발자들은 주식을 처분하고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당연히 제품 개발이 늦어졌다. 급기야 협력업체 노키아의 주문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한번 신뢰를 잃자 추락도 순식간이었다. 매출은 2007년 124억원, 2008년 257억원, 2009년에는 102억원으로 떨어졌다. 한때 영업적자는 200억원에 육박했다.
희망의 끈은 역시 R&D였다.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램스웨이라는 신생 팹리스를 2007년 인수했다. 여기에서 개발한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회생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도 램스웨이가 EMLSI의 연구소 역할을 하며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주변의 협력도 큰 도움이 됐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셀룰러램(C램)을 개발하고도 더 이상 마케팅할 여력조차 남지 않았던 이 회사는 그동안 제휴관계를 맺었던 대만 윈본드와 손을 잡았다. 윈본드가 판매를 하면서 중국과 대만 베이스밴드 업체가 이 제품을 채택하기 시작했고, EMLSI는 극적으로 턴어라운드했다. 지난해 542억원의 매출과 1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는 230억원의 매출과 7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국내 팹리스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어려움도, 부활도 모두 인재 때문이었다. 이엠엘에스아이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는 인재 중심의 회사로 키우기로 했다. 지난 2007년에 이어 4년 만에 최근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골프회원권보다는 직원들이 언제든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콘도를 선택했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어려운 시절을 함께했던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낮은 연차 직원이 혜택을 받을 만한 ‘육아 지원금’ 제도도 신설했다.
이 회사 이승훈 부사장은 “올해에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R&D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을 꾸려갈 것”이라며 “여러 복지제도를 만든 것도 개발자들을 독려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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