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센터장 "3년 후 내다보면 현대건설株 사라"

이종우 센터장 "3년 후 내다보면 현대건설株 사라"

"지난 4월에는 제가 놀랐습니다. 아무리 좋은 장에서도 연간으로 봤을 때 10% 정도의 조정은 있을 수 있는데 이미 시장은 조정을 망각한 상태였죠. 조정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없을 정도의 강세 심리는 결국 조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20년 이상의 내공을 쌓으면 `고수`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날고 긴다는 주식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이종우 센터장(50)은 고수로 통한다. 89년에 주식시장에 대한 전략 분석을 시작해 2003년에 최연소 리서치 센터장이 됐고 지금까지 최장수 리서치 센터장으로 명성을 유지하며 치열하게 내공을 쌓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공포에 질린 패닉장과 IT버블 당시에 광기 어린 상승장을 모두 경험했고 그 이후에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가 올해 다시 공포감을 느꼈다.

■ 조정은 이제 시작…1900선까지 밀릴 수도

"3월 이후 주식 시장에서는 누구도 약세장을 얘기 할 수 없었죠. 그러나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조정을 받으면 10% 가량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1900 초반까지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지수가 2200선을 넘나들 당시 추가 상승의 근거로 제시됐던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저평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단순히 저평가 됐기 때문에 오른다는 논리를 거부한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 증시가 주가수익비율(PER)로 열 배를 넘겼던 것은 전체 기간의 30%에도 못 미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상승국면을 타면서 시장의 과열 양상이 오랫동안 지속됐고 국제 경제가 마냥 좋은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조정의 폭과 깊이를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고 그는 우려했다.

"미국은 자산가격이 떨어져 전체적인 소비력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에 비해 상황이 좋지만 경기가 상대적으로 지난해보다는 떨어집니다. 게다가 유럽도 남유럽 재정위기로 올 한 해가 만만하진 않을 겁니다."

전반적으로 상황이 어렵지만 그는 증시가 장기적으로 회복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번 조정장이 끝나면 기존 주도주인 자동차, 화학, 조선 등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현대차 그룹과 호남석유, 현대중공업 등을 추천했다.

■ 3년 후를 내다 본다면 현대건설을 추천

"주도주가 바뀔겁니다. 태양광이나 전기차가 뜨면서 시장을 이끌었지만 이들에 대한 수익성이 현실화 되진 않았습니다. 수익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생긴 것이죠. 돈이 되는 업종이 있다면 얼마 안가서 시장은 경쟁이 심화되고 그러면서 기대했던 수익률을 못 따라 가게 될겁니다. 그것이 시장논리죠."

그는 단기간에 오른 종목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전에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인 화학, 자동차, 정유 등이 장기적인 조정 이후에 버텨내질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정유와 화학 업종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뚜렷하다. OCI의 경우 최근 한달 사이 30%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도 20% 가량 조정을 받았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뜰 수 있는 업종으로 전기전자와 금융업을 꼽았다. 특히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와 신한지주를 지목했다. 업종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3년 후를 바라보고 적금처럼 쌓을 수 있는 종목을 물었더니 현대건설을 꼽았다.

"길게 본다면 현재 안 좋은 업종을 선택해야 합니다. 주식은 패션입니다. 그때 그때 뜨는 종목들은 유행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결국 현재 저평가된 업종 내에서 업력이 있고 튼튼한 종목을 골라야 합니다."

그는 현대건설이 현재 가장 나쁜 시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경기 침체로 건설업종이 전반적으로 힘겨운 시기지만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안정성을 갖췄다. 이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견디면 건설 경기가 풀리면서 뜰 수 있다는 것이다.

■ 랩을 조심해야 한다…개인은 시장을 너무 믿지 말아야

"긴 시간을 두고 봤을 때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 세력은 항상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주도 세력이 자문형 랩입니다. 그러나 제 경험상 이러한 주도 세력은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돈이 모이면서 덩치가 커지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나중에는 결국 자신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되죠"

이 센터장은 자문형 랩에 대해 너무 큰 환상을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 시장의 주도 세력이 되면 스스로 특정 종목에 많은 포지션을 갖게 된다. 이를 노리는 다른 기관들이 야금야금 공략하면서 주가가 떨어져도 본인은 포지션을 정리할 수 없는 늪에 빠진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랩은 포트폴리오가 펀드에 비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이 문제에 취약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들에게 시장에 너무 몰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저는 20년 동안 어떻게 하면 개인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개인이 시장에 의존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주식 시장이 너무 오를 때 자만하지 말고 너무 떨어질 때 겁먹지 않는 것이 비법입니다."

■ He is…

△1989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대우증권 투자전략부 근무 △2002년 미래에셋증권 운용전략실장 △2003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07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2008년 HMC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현)

[매일경제 성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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