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째 끌어온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을 성사하기 위해 지주사 매입지분 규모를 절반으로 낮춰주는 초강수를 택했다.
정부는 현행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자회사로 만들려면 지분 100%를 인수하도록 돼 있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고쳐 우리금융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경우 지분의 50% 이상만 사면 되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어 5년 동안 적용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 초안을 다음달 금융위 정례회의에 보고한 뒤 입법예고한다.
정부는 시가총액이 11조~12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 지분을 100% 일괄 매각하려면 마땅한 인수자가 나설 수 없다는 점을 개정 배경으로 들고 있다.
또 인수 의향이 있는 사모투자펀드(PEF)는 종전처럼 주식을 30%만 확보해도 되지만 주식 보유 하한선을 50%로 낮춘 금융지주사와 경쟁하려면 PEF 역시 주식 매입을 늘려야하기 때문에 당초 목표처럼 좋은 가격으로 정부 투입자금의 회수가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산은지주를 직간접적으로 돕기 위한 입찰 완화라는 각계의 목소리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인수 의사를 밝힌 사람은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뿐”이라며 “(정부와 산은지주가) 짜고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도 “누구를 위해 시행령까지 고치면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정부의 산은지주 편들기를 질타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투입자금의 회수라는 법이 정한 목적과 원칙에 따른 것일 뿐 특정 지주사를 맺어주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은 20일간의 입법 예고를 거쳐 정부의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하는 만큼 개정안은 우리금융 입찰참가의향서(LOI) 제출 시한인 다음 달 29일을 넘겨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OI 제출은 단순히 입찰 의사를 밝히는 절차이기 때문에 금융지주사가 ‘50% 룰’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는 데는 지정이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