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알버트 바라바시 노스웨스턴대 교수](https://img.etnews.com/photonews/1106/138354_20110601164921_259_0001.jpg)
“인간의 행동은 90%까지 예측할 수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도 몇 가지만 통제하면 전체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 있다.”
지난 1999년 미국 노터다임대학 물리학과 박사후 과정 연구실에서는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통계 물리학을 연구하던 알버트 바라바시(현 노스웨스턴대 복잡계 네트워크 연구센터 디렉터 겸 교수)와 정하웅(현 KAIST 물리학과 교수)은 재미삼아 월드 와이드 웹(www) 연결망을 들여다보다 놀라운 발견을 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웹 망에는 허브가 존재하고, 대부분의 데이터는 그 허브를 통해 접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 세상으로 치면 그 허브는 ‘마당발’이다.
그 후로 12년 ‘서울디지털 포럼’ 참석차 방한한 바라바시 교수는 그간의 성과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소개했다. 지난 2002년 펴낸 ‘링크’와 최근 출간한 ‘버스트’에서 자세히 풀어놓은 그의 연구 성과는 놀랍다. 인간 행동은 대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인간뿐 아니라 사람 몸 속, 학문 등 모든 영역에서도 경향성(패턴)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라바시 교수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스마트폰 이용자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봤더니 90% 확률로 그 사람이 다음 주 월요일에 어떤 장소에 있을지 예측하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단순히 네트워크의 복잡성을 푸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한 시스템 제어에까지 시야를 넓혔다. 바라바시 교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패턴이 있다는 건 제어 가능하다는 것”이고 “제어 가능하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우리 연구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에서 쓰이는 부품 약 5000가지 중에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품은 엔진, 페달, 핸들, 브레이크 등 몇 가지에 국한된다. 네트워크상에서 특정 요소만 통제하면 전체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다. 바라바시 교수는 “사람 관계도 무작위로 이뤄질 것 같지만 누가누구와 연결 됐는지만 파악하면 소수 사람의 행동을 바꿔서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은 ‘얽히고 설킨’ 세상사 다양한 단면을 단순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애플 위치정보 수집 논란처럼 이에 대한 거부 반응도 만만치 않다. 일단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허브를 밝혀내서 인간 사회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빅브라더’를 탄생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는 “우리는 익명으로 처리한 데이터만 받아서 연구에 활용하고 팀원을 대상으로 보안에 관한 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한다”며 “이동통신 사업자가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법적인 책임도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이용해서 공공서비스를 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법칙을 밝혀내는 것까지가 우리 연구의 목표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논란에서 한 발짝 비껴서는 모습도 보였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