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보다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4% 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나 오르면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중동의 정세불안 지속으로 국제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다 하반기 공공요금의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물가 상승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구제역 사태가 진정되고 농산물 수급이 원활해진 영향으로 4월부터 물가상승압력은 소폭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공식품 가격상승..근원물가 상승폭 계속 확대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이 가공식품 물가에 반영되면서 근원 물가의 상승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근원물가는 수급상황에 따라 지수가 민감하게 변동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더불어 원가부담이 외식비 등 서비스요금으로 번지면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근원물가의 전년동월비는 지난해 5월 1.6%에 그쳤지만 이후 상승폭이 계속 커지면서 지난 2월 3% 선을 넘어선 뒤 5월에는 3.5%로 올라섰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 기대심리 등을 타고 근원물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물가도 불안하다.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가 오르면서 2009년 2월(3.4%) 이후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월세난으로 집세는 3.8%가 오르면서 2003년 5월(3.8%)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위기 당시의 기저효과와 집값 안정에 따른 전세 선호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세가격의 강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물가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에 따라 상품가격의 인상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반영돼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5.9% 상승했다. 지난달 9.2%에 비해서는 낮지만 농산물을 제외한 축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10.0%, 9.3% 올라 서민들의 밥상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정 식단에 많이 오르는 고등어는 28.4%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할당관세 적용 등으로 수입량이 늘었지만, 국내산 물량의 공급제한으로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29.5%나 올랐다.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는 6.2% 올랐으며, 국제항공료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라 교통 물가도 6.4%나 올랐다.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공식품 물가는 6%가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의 전년동월비는 지난 1월 2.8% 2월 3.8%, 3월 4.3%, 4월 4.6%, 5월 6.0%로 상승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등 불안요인 산적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는 예상했던 수준에서는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농산물,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이 다른 물가로 번져가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중동 정세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비의 가격상승으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대 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3~20일 전국 2천200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연평균 3.9%로 4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상승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4월에는 4.0%로 정점을 찍었지만 5월 들어 소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올해 3~4월을 제외하면 2009년 6월 4.1% 이후 가장 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국제유가 수준 등 물가불안 요인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동안 억눌러온 전기, 도시가스, 지하철, 버스,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어 하반기에는 어떤 식으로든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공공요금의 원가를 따져본 뒤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되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방 공공요금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떨어져 축적돼 온 인상압력을 계속 억누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의견차를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며 소폭 하락했지만, 중동의 정세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국제유가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이런 요인들에 따라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를 `3% 수준`으로 설정해놓은 정부가 이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이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올려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는 "가공식품, 외식비 등 불안요인을 중심으로 점검을 강화해 경쟁적 가격 인상을 차단하고 하반기에도 공공요금에 대한 안정적인 관리를 통해 물가압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