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아주 짧은 기간 우리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최소 비용으로 편하게 소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이 매일 등장해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인터넷이 원래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확장성 있게 설계된 덕이다.
유연성(Flexibility)과 개방성(Openness) 그리고 확장성(Expandability)을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의 근본 사상은 새로운 도전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건전한 경쟁과 혁신을 촉진했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는 18억명으로 지구촌 인구의 4분의 1 수준이다.
15년 전 국내에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수많은 서비스를 경험해 왔다. 네띠앙·다음·네이버·야후·아이러브스쿨·프리챌·싸이월드. 이 가운데 일부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가 됐다. 승자독식의 원리(Winner takes all)로 한국 인터넷을 10년 넘게 지배했다. 국내에서 승자중심의 질서가 자리 잡는 동안 미국에서는 구글·트위터·페이스북같은 서비스가 태동했다.
글로벌 서비스는 최근 몇 년간 성공한 토종 포털과 경쟁했고, 제품과 서비스 플랫폼을 수직계열화한 애플에게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 이는 인터넷의 본질인 유연성과 개방성, 확장성을 간과하고 새로운 생태계의 구축과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데 소홀하면서 국내에만 안주한 결과다.
‘아이폰’의 뒤늦은 출시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각국이 모바일 인터넷 환경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한국만 고립됐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고 무선 인터넷의 후발주자가 되고 말았다.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성공한 애플은 시가총액 3000억달러를 넘어 마이크로소프트를 능가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트위터·구글·페이스북·애플같은 세계적 기업에 맞선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트위터에 맞선 NHN의 미투데이(me2day), 애플에 맞선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최근 각광받고 있는 페이스북을 경쟁상대라고 하는 카카오톡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국내 검색시장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네이버 검색은 구글의 검색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한국의 자랑스러운 토종 서비스와 이런 해외의 서비스 사이의 경쟁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나아가 우리의 서비스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필자는 이 칼럼을 마치면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제조 중심 사고를 소프트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기업문화가 바뀌려면 최고경영자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유행(Fad)’이 아닌 ‘열정(Passion)’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아무리 강조해도 경영층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인터넷 서비스는 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기존 재벌계열의 대기업 또는 인터넷 분야에서 성공한 대기업이 개방적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조성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의 상생(相生)을 진정으로 이루려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벤처기업의 가녀린 호흡을 찬찬히 들여 봤으면 한다. 여전히 문턱이 높고, 협력을 위한 과정이 대기업의 꽃놀이패처럼 이루어지는 현실에 대한 벤처기업 CEO의 자조 섞인 한숨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셋째, 우리나라는 여전히 돈이 부족하다. 부익부 빈익빈의 투자구조는 벤처기업가에게 한 폭의 그림일 뿐이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원을 찾기 위한 투자은행(IB)나 벤처캐피털의 체계적 지원이 없다면 벤처기업의 성공은 운칠기삼(運七氣三)일 수밖에 없다.
넷째, 기술 중시 관점에서 인재양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벤처기업의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보는 과거 1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인재도 없거니와 절대적으로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 문·이과 관계없이 많은 인재들이 고시에 몰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공대가 전국의 모든 한의대 다음이라는 푸념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성장 동력은 곧 한계를 보일 것이다.
필자는 소위 벤처 1세대다. 지난 10년간 성공과 실패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 번의 실패는 병가지상사라 하지 않는가. 과거의 실패로 인해 어디선가 시련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가도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도전을 통해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고지가 저긴데 예서 멈출 수 없다.
전제완 유아짱 대표(ceo@uaj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