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제시한 요금 인하안의 골자는 기본료 인하다. 방통위는 기본료를 손대지 않겠다는 방침을 철회했다. 통신사업자 반대에도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 기준으로 기본료 1000원을 인하했다.
그런데 왜 하필 1000원일까. 사업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휴대폰 기본료는 1만원에서 1만 2000원 수준이다. 얼추 10%정도를 내린 것이다. 1000원이란 숫자가 ‘매직 넘버’로 떠올랐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방통위는 단지 기업 투자 여력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밝혔다. 곰곰이 따져보면 1000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을 내렸다는 인식을 심어 줄 정도의 인하 폭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요구한 대로 ‘국민이 체감할 요금 수준’하고도 거리가 멀다. 한 달에 대략 8~10만원을 내는 고객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SK텔레콤의 경우 대략 1000원을 내릴 때 전체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312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맞춤형 요금제, 무료 문자 요금, 선불 요금제 등에 따른 손실 규모 가운데 가장 크다. 자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SMS 50건을 무료로 제공할 때 대략 1770억원,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를 활용할 때 2080억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 무료 문자에 비해서는 1500억원, 맞춤형 요금제에 비해서는 1000억원 이상 더 손실을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기본료 인하에 집착한 데는 결국 정치 논리 때문이었다. 방통위는 2008년부터 꾸준하게 요금 인하를 유도해 왔다. 올해도 사실 출발은 이 맥락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결국 ‘최선의 선택’이 아닌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쪽’을 택했다.
기본료 이외에도 다른 요금인하책이 많지만 기본료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사안을 놓쳤다. 결과는? 역시 정작 “심각하게 고심했다”는 인하안을 내놨지만 국민, 사업자,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책이 아닌 정치가 우선하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