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요금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이 내놓은 인하안의 효과는 연 7500억원이다.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가 동참한다면 효과는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료와 가입비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아닌 일괄인하 방식을 취했다는 점과 경쟁 활성화, 통신원가 투명화 등 정책적인 측면은 약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기본료 ‘1000원’ 인하=말 많고 탈도 많았던 기본료는 1000원 인하로 결정됐다. 당초 기본료 인하안은 제외됐었으나 정부 여당의 요구로 재검토됐고, 마지막까지 인하폭을 놓고 혼선을 빚다가 1000원으로 확정됐다.
문제는 인하폭 1000원이라는 기준점이 모호하다는 점. 어떤 이유로, 어떤 배경으로 1000원 인하 결정을 했는지 불분명하다. 결국 통신산업 구조와 서비스 편익, 요금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업자가 절충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정된 셈이다.
불투명한 가입비의 효용 역시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당초 통신요금 인하 여부를 떠나 통신요금에 대한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요금체계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는 미치지 못하게 됐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통신요금 인하와 함께 최근 수개월간 논란이 됐던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 문제는 보류됐다. 통신비 인하에 대한 대가성으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폐지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으나 이번 요금인하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트래픽 급증에 따른 통화품질 저하 요인으로 지적되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폐지 대신 스마트폰 도입 이후 무선 데이터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통사가 차세대 통신망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기존 망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방통위가 이날 사업자의 자율적인 판단을 고려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추후 상황변화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하지만 트래픽 급증에 따른 통화품질 저하 요인으로 지적되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는 일단 폐지하지 않고 사업자의 자율적인 판단을 고려하기로 했다.
◇정부, 발표 지연으로 자충수=우여곡절 끝에 통신비 인하안이 나왔지만 당초 예정됐던 것에 비해 2주 가까이 지연되면서 오점을 남겼다.
인하안 자체가 미흡한 것과는 별개로 마지막까지 통신요금 정책 결정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100% 만족할 수 없는 모양이 돼버렸다.
정부가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의 간극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이용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도 못하는 등 일단 인하안을 내놓는 것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인하안의 기대효과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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